이 책은 '타인은 지옥이다.'에서 주인공 윤종우(임시완)이 읽고 있던 책이었고, 그래서 읽어 보았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아마도 고등학교 문학책에 있었던 듯 한데, 뭐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존엄성 상실 등을 외웠던 기억만 난다. #정말, 타인은 지옥이다. 가장 인상깊은 것은 주변사람들의 모습이다. 주인공 그레고르가 하루아침에 벌레(무슨 벌레인지는 정확하게 나오지 않는다.)로 변하자 그의 가족들은 냉담한 태도로 돌아선다. 돈을 잘 벌어왔던 그레고르가 경제활동을 할 수 없고, 때문에 자신들이 일을 해야했기 때문이다. 실상 그의 가족들은 겉모습만 변하지 않았지, 속은 벌레같이 변했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그레고르를 죽이려고 했으며, 어머니는 조금만 보고도 극혐하며 소리질렀다. 그나마 살가웠던 동생은 그레고..
#같은 방, 다른 온도처럼 윤복(조이현)은 온도를 낮춰 추운 수술방에 있다. 반면, 홍도(배현성)은 찜통같은 수술방에서 쓰러진다. 같은 수술방이지만 온도는 극과극인 것 처럼, 때론 부모님과 자식의 마음의 온도차도 어느 순간 좁힐 수 없게 벌이지기도 한다. 주종수(김갑수)의 아들들은 그야말로 잘나간다. 전문직에 돈도 물론 잘벌지만 그 때문에 바쁘다. 한편, 대게 말년 회사원들이 그렇듯, 주종수도 할 일이 딱히 없다. 정로사(김해숙, 안정원 엄마)가 놀아주는 것 외에는 본인 생활이 별로 나오지도 않는다. 급기야 우울증 증세까지 생긴다. 나는 가끔 할머니에게 전화를 건다. 명절이나, 고향에 내려갔을 때 통화를 하는데 항상 너무나 반가워하신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마지막은 항상 이렇게 말하신다. "다음에 또..
#아이엠 샘, 오직 샘에대한 이야기 영화의 제목은 '아이엠 샘'이다. 제목처럼 영화는 장애인이 아닌, 샘의 딸도 아닌, 사회의 부조리 이런 것이 아닌, 오직 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나는 이 영화를 보는 10분만에 울었다. 억지로 짜내는 신파극에서는 울면서도 지는 느낌이어서 기분 나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영화 시작 10분정도에 샘과 그의 딸 루시는 이런 대화를 나눈다. 루시(딸): "아빠, 신이 아빠를 특별하게 만든 걸까, 아니면 사고였을까?"아빠(샘): "무슨 말인데?"루시: 아빠는 다르잖아(different)아빠: 미안해 루시: "아니야 아빠 괜찮아, 미안해 하지마 나는 행운아야 다른 아빠들은 공원에도 안오는 걸" 7세 정도의 지능에서 멈춘 샘보다 루시는 더 똑똑하다. 아빠가 모자라..
#여우같은 곰 추민아 선생은 여우짓하는 동기때문에 일을 다 떠맡고 고생만하는 것 같아 슬프다. 그런데 양석형(김대명)은 여우같은 곰이다.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위급환자가 발생한 날, 당황한 추민아를 진정시키고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다. 수술 후 둘은 대화를 나눈다."교수님 죄송해요. 사실 교수님이 밥 맛이 아니신가 생각했거든요. 생긴거랑 다르게 되게 감성적이고 디테일한 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눈치는 좀 바가지시구나해서 속으로 욕 많이 했어요"일을 하다보면 그 사람의 인성을 판단할 수 있는 순간이 많이 있다. 취업준비를 할 땐 판단하지도 못할 인성은 왜 본다고 인성면접을 보나 싶었는데, 회사 생활은 인성이 전부다. 정말 싸가지 없고 여우같은 사람이랑 지독하게 엮이면 회사 근처만 가도 스..
일을 하다보면, 여러가지 상황에서 실패를 맛보게 되면 생각하게된다. '아...인생 왜 살까'그럼에도 우리가 죽자고 사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우주가 아빠 먹으라고 남겨 놓은 우유, 짜장면만 같이 먹어도 행복한 준완과 익순 등등. 오늘(20.06.04) 대구 신세계 백화점에서 투신자살 사건이 있었다. 주말이면 자주 가는 곳이라 더욱 눈길이 갔다.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모두가 보는 그 장소에서 죽을 만큼 절박했을까. 행복해보이는 다른 사람들, 그 속에서 외로움을 느꼈을까. 인생이 지옥 같고, 타인이 지옥이지만...살아갈 이유는 많다. #별 거 아닌? 살아갈 이유 심심하다고 하면, 인생 살기 싫다고 하면 이렇게 얘기하는 친구들이 많다. "연애나 해"연애는 어떻게 생각하면 정말 별 거 아니다. 그냥 같이 벤..
#타이밍, 그 중요한 걸 놓치다니 채송화(전미도)는 몸이 아파 진료를 받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모두가 친구로서 걱정하지만, 한사람은 다르다. 어릴적부터 친구로 지냈더라도 남녀사이에는 긴장감이 흐르는 법.하지만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놓치면 되돌리기 쉽지 않다. 응답하라1988에서 수 많은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들을 오열하게 만든 것도 타이밍 때문이다. 당장 달려가야할 타이밍, 잡아야할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이다. 의대 재학시절, 석형은 송화에게 고백했다가 까인다. 좌절하는 친구를 버릴 수 없었던 익준은 끝내 생일선물까지 준비했음에도 송화를 만나지 못한다. 알고보면 서로에게 호감을 느꼈던 두 사람. 그 머뭇거림에, 어색함에 서로를 놓친 인연들이 얼마나 많을까. #필요한 걸 주는 사람 말안해도 ..
#아킬레우스와 브리세이스 아킬레우스(브레드피트)와 브리세이스(로즈번), 둘은 전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칼을 사이에 두고 만난사이지만 결국 칼보다 입술이 먼저 닿았다. 아킬레우스는 브리세이스에게 말한다. "신은 인간을 질투해 인간은 다 죽거든, 늘 마지막 순간을 살지 그래서 삶이 아름다운거야 넌 이 순간 가장 아름다워" 포로로 잡혀있던 브리세우스는 마음을 열 수 밖에 없었다. 트로이 전쟁은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 그리스로마 신화를 바탕으로 기록됐다.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스파르타의 헬레네를 납치하여 발발된 이 전쟁은 신과 인간이 함께 참전하여 10년간 지속된 전쟁이다. 하지만 영화는 인간 중심적으로, 그리고 며칠간의 짧은 전쟁으로 그려냈다. 영화는 아킬레우스에 시선을 집중시킨다. 그가 겪는 시기, 질..
#사랑이 시작되고, 시작되려하고, 좌절된다. "오빠가 좋아한다고 얘기했던가? 오빠랑 연애하자" 사랑만큼 확실한 감정이 있을까, 김준완(정경호)는 익순에게 고백한다. 그곳이 타이타닉 호 갑판대이든, 에펠탑 전망대이든, 새벽 길거리 토스트가게 앞이든 아무 상관없다. '사랑하는 두 남녀 사이에는 신이 존재한다.'(영화, 비포 선라이즈)라는 말처럼 오직 그 둘은 그 순간 가장 빛날 수 있다. 반면, 안치홍(김준한)은 채송화(전미도)에게 거절당한다. 거절당하는 사랑은 더없이 슬프다. 하지만 이 슬픔은 돌연 기다림과 다시 사랑으로 거듭나는 법. 한번 시작된 마음을 내가 어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유치환의 '그리움'이라는 시가 있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
※스포있음 #의심이 확신이 되는 순간 "이제 자기랑 나는 계속 함께하는거에요....역시 자기는 내가 만든 최고의 작품이에요" 서문조가 말한 '의심이 확신이 되는 순간'은 시청자에게 하는 말이었다. 전에 쓴 글에서 누가 누굴 변하게 한건지, 종우가 변한 건 맞는지 의심을 했었는데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임시완 연기...미쳤고..)더욱 소름끼쳤다. 이건 편견과도 연관있다. 누가 봐도 열심히 살려고 하는 '잘생긴 청년' 윤종우 그는 '외모나 행동'이 준수했기 때문에 결코 의심받을 존재가 아니었다. 강석윤(노종현)이 충전기가 있음에도 충전기를 빌리러 종우를 찾아올때 석윤까지 의심했었지만 결코 종우는 의심하지 않았다. 말더듬는 고시원 사람과 종우의 직장선임, 변태같은 홍남복과는 확연히 달라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릴적 어머니가 자주 불러주시던 섬집아기 가사는 이렇다. 나는 아직도 이 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생략)'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여 다 못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섬집아기- 생업을 위해 굴을따러 갔지만, 혼자있는 아기가 걱정되서 굴을 다 따지도 못하고 그만 돌아온다는 것이다. 물론 집에 돌아와 아기를 살펴보면 곤히 자고 있을 테지만 그렇다고 "괜히 왔네 굴이나 더 딸껄"이라고 생각할 어머니는 없을 것이다.그만큼 부모의 자식사랑은 그 무엇과도 비견될 수 없는 신성하고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4화에서는 자식을 버리는 부모들이 나온다. 아이를 패고 교통사고라고 입원시키는 아버지, 딸의 죽음은 나몰라라 한테 어린 내연녀랑 여행다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