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조화지만, 마음은 진짜다. 다른 사람을 내 마음 속에 들여놓는 일은 참 기쁘면서도 슬프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그 자체만으로도 따뜻하지만 때로는 가슴아프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 마음은 장겨울이 안정원(유연석) 선생을 좋아하는 마음일 수도, 결혼식 가는 아버지의 딸 사랑일 수도, 수술대 위에서 꼭 잡아주는 아기의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일 수도, 채송화(전미도)가 후배 안치홍을 위하는 마음일 수도, 아들 걱정하는 어린 엄마의 걱정일 수도 있다. 율제 병원 창 밖의 아름드리 꽃은 진짜가 아닌 조화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서의 마음들은 전부 진짜고 진심이다. 이런 다양한 마음들을 하나의 어색함없이 3화 안에서 모두 담아낸 것이 놀라웠고, 그 와중에 각각의 사연마다 억지나 과장없이 가슴을 울리니 더 없..
#형사들 무선통신 그만좀해라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에서 배우의 역할은 드라마 전체를 지배한다. 한껏 무게 잡은 남자 주인공의 듣자마자 손발없어질 것 같은 대사와 이를 듣고 심쿵하는 여자 주인공의 감동하는 표정 그리고 울려퍼지는 OST이 삼박자가 핵심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동화같은, 주옥같은 명대사들을 뻔뻔하게 남발하기 위해서는 잘생긴 얼굴 장착은 필수고, 그 캐릭터와 정말 혼연일체해서 연기가 찰떡 같아야한다. 도깨비에서 공유는 진짜 능청스러운 도깨비 그 자체인 것 같았고, 김고은은 '한'이 있는, 하지만 천진난만한 여고생 그 자체였다. 하지만, 더 킹 영원의 군주에서는 배우들의 연기가 매우 어색한 느낌이 많았다. 이민호나 김고은 그리고 다른 배우들이 연기경력때문은 당연히 아니고, 평행세계 스토리..
"난 사람들 안에 감춰진 이 목젖을 보는걸 좋아해요. 앞으론 나한테 아무것도 감추지 말아요 알았죠?"목젖 변태...서문조(김동욱)는 서서히 종우(임시완)을 조여왔고, 마침내 종우는 자신이 상상만 했던, 내면으로 목젖...속에 감춰놨던 상상을 그대로 실현한다. '나는 자제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뭐가 나를 변하게 만든걸까 고시원 사람들? 회사동료들? 나도 이제 진짜 내 모습이 뭔지 모르겠다' 선임 키보드를 부시고, 머리도 부시고 완전히 정신이 나가버린 종우. 사실 종우의 생각대로 진짜 종우의 모습이 뭐였는지 이제는 정확히 모르겠다. 과연 '그들'이 종우를 변하게 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 변한게 맞는걸까. 지금까지 나는 종우가 타인에 의해 서서히 변해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8화를 보면서는 과연 그런가? ..
#편견에서 벗어나자 친구에게 짜증나는 일을 말한 기억을 떠올려보자. 대부분 어떤 사람에 대한 내용일 것이다. 직장에 있는 미친 김대리새끼, 개 꼰대 같은 부장, 열받게하는 담임, 은근히 구박하는 남편 등등 종우는 부산에서 상경한 뒤, 두 공간 속으로 들어갔다. 고시원과 회사 외관적인 이미지나, 사회의 시선이나 회사 보다는 고시원이 훨씬 '안좋은' 곳이다. 돈없고 궁핍한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가는 곳 아닌가, 나도 재수할 때 돈이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끌려들어간 곳이다. 종우의 고시원 사람들은 말 그대로 그곳을 지옥으로 만든다. 칼을 들고 문앞에 서있고, 기분나쁘게 낄낄거리고, 험학한 분위기 연출하고... 그런데, 회사는 고시원과 정말 다른가? 물론 회사에서 살인이 일어나거나 하진 않지만, 화장실까지 ..
#억지야 억지! 이 드라마는 이야기 전개가 뻔하고 웃기려고 하는 장면들이 안웃기며 결정적으로 억지가 심하다. 영화 신과함께랑 지붕뚫고 하이킥을 섞어 놓은 것같은 느낌인데, 그 둘보다 훨씬 못하다. 신과함께도 스토리는 병X이지만 화려한 그래픽으로 지옥의 모습이나 괴물들?을 실감나게 표현했고, 하이킥은 진짜 침나오게 웃겼었다. 쌍갑포차는 어떤가, 왜?라는 의문을 계속 가지게 한다. 그렇다고 캐릭터들이 매력적인 것도 아니다. 도깨비를 생각해보자, 김고은, 공유, 김동욱, 유인나 모두 대사 하나하나 표정 하나하나 찰떡이었고 고유한 느낌이 있었다. 쌍갑포차에서 황정음은 그냥 맨날 보던 예쁘고 막무가내형인 황정음이고, 육성재는 뭐하는앤지 어리버리한게 그냥 보통사람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10만명의 원한을 풀기위해 ..
시간의 사냥을 보며 내 아까운 시간을 사냥당한 뒤, 이 감독과 배우들이 나왔다던 파수꾼을 찾아봤다. 이재훈은 내게 건축학개론에서 수지짝사랑하던 쑥맥에 불과 했지만, 파수꾼을 보며 욕도 참 찰지게 잘하는 배우였구나, 수지 선배한테도 욕 좀해주지...라는 생각을 했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페이스, 중고등학교 시절을 생각하면 적당히 담배피면서 일진놀이하는 걔네들이랑 참 똑 닮은 연기를 했다. #일진들과의 추억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의사소통이란 참 힘들다. 무심코 한 말이 상대를 오해하게도 하며, 그렇기에 직장에서는 한마디 신중할 때가 있다. 그런데 학교라고 딱히 다르지도 않다. 그 안에서도 권력은 있으며, 서로가 서로를 진짜 편한 친구라고 생각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마치 기태(이재훈)와 그 친구들처럼 나는 싸움..
점점 고시원에서 이상한 낌새는 느끼는 종우, 그리고 마찬가지로 고시원을 의심하는 정화(순경) 마침내 4층에 직접가보지만(제발 혼자 다니지좀 마라...)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 "억눌린게 아니라 즐기는거 같던데?"고시원에는 억눌린 사람이 많다는 기자의 말에 종우는 이렇게 대답했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를 잘못 판단하고 있는게 아닐까, 그들은 억눌리지 않고, 하나의 게임처럼 즐기고 있다. 정화가 4층을 순찰할 때, 바로 밑 층에서는 복순(고시원 주인)과 두 아들이 젠가 게임을 하고 있었다. 위태위태한 젠가, 원래 긴장감을 가지고 해야하지만 그들의 모습엔 긴장감이 없다. 사람을 죽이면서도 즐거워하는 모습과 닮았다. 하지만 무너지려하는 젠가처럼 순경의 모습은 다른 방에 숨겨진 인질처럼 위태위태하다. 살인마들은 우..
예전 드라마에는 답답한 시간을 주인공이 버티고 버티는 사건이 많았다. 짜증나는 사건은 얽히고 꼬이고 서로 오해하고 그걸 1주일이나 다시 기다려야하는 시청자들은 미칠 지경이었다. 요즘엔 그런 짜증나는 상황들을 없애고 단박에 속시원하게 해결한다.뭐, 하루하루 사는 생활도 답답하고 스트레스 받는데, 드라마까지 답답해하면서 봐야겠냐는 거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사이다를 남용하다 보니 너무 유치해져 버렸다. 사람들이 가장 스트레스 받는 원인, 갑질을 너무 뻔하게 보여준다. 손님, 그리고 상사로부터 갑질을 받는 계약직..상사는 "알지 나한테 결정권있는거?"라는 어디 삼류 드라마에도 안나올 것 같은 멘트를 치며 갑을 관계를 알리기위해 애쓴다. 또, 방송 심의에 맞추랴, 성적으로, 변태적인 상사의 모습을 보여주랴 바빴..
종우(임시완)가 다니는 회사 대표는 전형적으로 빡치는 직장상사다. 종우 여자친구를 놓고 달아올랐다느니 떠들어 놓고는 한번 뭐라하니까, 공사구분하자고 화낸다. "야 웃어봐"라고 할 때는 진짜 머리털 다 뽑아버리고 싶었다. 생긴것도 족제비처럼 생겨가지고...지은(종우 여자친구)이네 회사도 사정은 같다. 온갖눈치에 타박은 다 주면서 위하는 척 너그러운 척 드라마에서는 종종 직장상사 등 짜증 유발자들에게 주인공이 반박하며 쏘아붙인다든지, 때린다든지 하는 장면이 나온다. 타인은 지옥이다에서도 이런 장면이 나오는데, 의미가 좀 다른 것 같다. 다른 드라마에서는 그냥 사이다용, 평범한 일반사람들의 공감을 부르기위한 장면이라고 한다면, 이 드라마에서는 정말 타인을 지옥같이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 같다. 종우..
타인은 지옥이다에서는 지옥에 걸맞게 죽음이 등장한다. 205호 안희중은 고시원사람들에게 끌려가 서문조(김동욱)에 의해 죽는다. 또, 드라마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웹툰에는 중우가 선배와 술을 먹던 날 거리에서 싸우던 사람 중 한명이 죽는다. 서문조가 안희중을 죽일때, 배경음으로는 모짜르트의 레퀴엠이 나온다. 레퀴엠은 모짜르트가 백작의 요청을 받아 작곡한 것으로, 작곡내내 저승사자 이미지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을 위한 장송곡이라는 생각으로 작곡에 임했다. 하지만 모짜르트는 이곡을 미완의 상태로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다. 죽음과 미완성 완벽한 조화가 아닌가? 나는 레퀴엠을 자주 들었다. 장송곡이긴 하지만 죽음이나 섬뜩한 생각은 들지 않고, 오히려 차분해지면서 평온해지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 공부할 때나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