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변한 건 그들이다. / 프란츠 카프카
- 리뷰/책
- 2020. 6. 9.
이 책은 '타인은 지옥이다.'에서 주인공 윤종우(임시완)이 읽고 있던 책이었고, 그래서 읽어 보았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아마도 고등학교 문학책에 있었던 듯 한데, 뭐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존엄성 상실 등을 외웠던 기억만 난다.
#정말, 타인은 지옥이다.
가장 인상깊은 것은 주변사람들의 모습이다. 주인공 그레고르가 하루아침에 벌레(무슨 벌레인지는 정확하게 나오지 않는다.)로 변하자 그의 가족들은 냉담한 태도로 돌아선다. 돈을 잘 벌어왔던 그레고르가 경제활동을 할 수 없고, 때문에 자신들이 일을 해야했기 때문이다. 실상 그의 가족들은 겉모습만 변하지 않았지, 속은 벌레같이 변했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그레고르를 죽이려고 했으며, 어머니는 조금만 보고도 극혐하며 소리질렀다. 그나마 살가웠던 동생은 그레고르가 도무지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깨닫고는 가장 앞장서서 그의 추방을 주장한다. 동생 그레테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모두 갖은 고생을 하면서 일해야 되는데, 이런 두통거리를 집 안에 두고 괴로움을 당할 수는 없잖아요 저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요"
살면서 이해타산적인 관계의 소름돋는 무서움을 느껴왔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다가도 실수하나만 해도 온갖 구박을 하는 상사. 내가 도와줄 땐 넙죽 받았으면서 조그만 부탁하나 해도 정색을 하고 거절하는 친구. 눈웃음을 기본으로 장착하고 온갖 칭찬을 했다가 환불한다그러니까 정색을 하고 따지는 옷가게 주인 등등...그럴 때는 정말 나 말고는 아무도 믿을 사람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레고르의 가족도 그렇다. 평소에는 아들이 마련해준 집에서 아들이 벌어오는 돈으로 편하게 살았으면서 그런 고마움은 온데간데 없이 아들에게 냉담한 태도로 일관한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영화 속 대사에 딱 맞는 상황이다.
#사람의 존재 목적, 돈이 뭐길래...
그레고르가 찬 바닥에서 그대로 죽어가는 것을 보고, 도대체 왜 살았던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레고르가 본인은 이렇게 훌륭한 집을 마련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이 모든 평화와 행복이 한순간에 무서운 상황으로 돌변한 것에 의문을 품는 대목에서는 더없이 불쌍했다. 그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한 것일까. 가족들에게 돈을 벌어다 주는 것, 그것이 그레고르의 유일한 존재 목적이었던 것이다.
아무리 존귀한 존재더라도 경제적능력이 없으면 사람의 가치는 무참히 깎여버린다. 고흐가 아무리 위대한 걸작을 탄생시켰어도, 베토벤이 아무리 명곡을 써냈어도 돈이 없었던 그들은 암울하게 살았고, 주변사람들도 그들에게 손가락질 했다. 참 돈이 뭐길래 하는 생각을 누구나 자주 하게된다. 돈이 뭐길래 매일 이 난리를 치면서사나, 돈이 뭐길래 어머니는 자식들과 자살을 한걸까, 돈이 뭐길래. 그럼에도 돈은 가치판단의 기준이 될 수 없다. 돈이 판단 근거면 트럼프는 성인군자란 말일 테니까.
책 말미에 칼 브란트가 그레고르 잠자의 재변신을 추가로 서술했다. 그레고르가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는 내용이다. 그레고르의 가족은 벌레가된 아들을 병원에 데려가거나, 최소한 따듯하게 대했어야한다. 그들이 좋아하는 경제논리로는 이를 장기투자 즉, 존버라고 부른다.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일이다. 매정하게 차버린 남자친구가 사시합격을 할 수도, 재계약을 거절하고 떠났던 팀이 리그 우승을 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현재만 보고 사람을, 상황을 판단하지말자. 특히 돈이 아닌, 나에게 누적된 기억과 경험으로 판단하자. 인간이된 그레고르와 그의 가족은 절대 예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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