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생활 9화: 아버지가 아들에게 통화를 주저하는 이유는
- 리뷰/드라마
- 2020. 6. 8.
#같은 방, 다른 온도처럼
윤복(조이현)은 온도를 낮춰 추운 수술방에 있다. 반면, 홍도(배현성)은 찜통같은 수술방에서 쓰러진다. 같은 수술방이지만 온도는 극과극인 것 처럼, 때론 부모님과 자식의 마음의 온도차도 어느 순간 좁힐 수 없게 벌이지기도 한다.
주종수(김갑수)의 아들들은 그야말로 잘나간다. 전문직에 돈도 물론 잘벌지만 그 때문에 바쁘다. 한편, 대게 말년 회사원들이 그렇듯, 주종수도 할 일이 딱히 없다. 정로사(김해숙, 안정원 엄마)가 놀아주는 것 외에는 본인 생활이 별로 나오지도 않는다. 급기야 우울증 증세까지 생긴다.
나는 가끔 할머니에게 전화를 건다. 명절이나, 고향에 내려갔을 때 통화를 하는데 항상 너무나 반가워하신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마지막은 항상 이렇게 말하신다. "다음에 또 할미한테 전화해" 그래서 내가 "네, 할머니도 아무때나 전화하세요!" 라고 하면 "아니야 바쁜데 됐어, 잘있으면 됐지 뭐" 라고 하신다.
나는 회사일로 바쁘지만 할머니한테 전화도 못할 정도로 바쁘진 않다. 그럼에도 내가 전화를 자주 못드린 것 같아 항상 죄송한 마음이 든다. 주종수도 마찬가지다. 자식들이 바쁠거라고 생각해서 전화기를 붙잡고 한참을 망설인다. 평소에 전화도 거의 없고, 찾아온 적은 더 없는 종수의 자식들을 정로사(김해숙)는 항상 못마땅해한다. 그래서 부모의 자식사랑은 자식의 부모사랑보다 훨씬 크다고 하는 것 같다. 물론 양석형(김대명)은 아버지와의 갈등때문에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모시고 함께 하려고 하지만, 보통의 가정에서는 항상 부모가 자식을 더 사랑하는게 아닐까싶다.
풍수지탄은 "나무는 멈춰있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질 않고, 자식이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 주지않네"에서 나온 말로, 평소 부모에게 잘하지 못해서 후회한다는 말이다. 일, 연인, 친구들만 생각하다 어느순간 뒤로 밀려버리는 부모님.차안에서 전화기를 잡고 주저하는 주종수의 모습을 보며, 혹시나 그러시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20대와 30대의 다른연애
20대의 연애와 30대의 연애는 다르다. 나는 이제 막 30을 넘었을 뿐이지만, 내가 느끼기엔 그렇다. 윤복(조이현)은 남자친구와 싸운다. 핸드폰으로 남자에게 연락이왔고, 이를 보여달라는 남자친구에게 싫다고 하자 싸움으로 번진 것이다. 남자친구는 그거 좀 잠깐 보여주는 게 뭐 그리 힘드냐는 것이고, 윤복이는 내가 싫다는데 왜 자꾸 보여달라는 거냐라는 것이다. 끝없는 싸움, 대화는 돌고 돌 뿐이다.
김준완(정경호)은 이익순(곽선영)과 데이트 중 익순의 핸드폰으로 온 카톡을 보게된다. 주말에 뭐하냐는 남자후배의 카톡. 준완은 화가 나지만 이내 가라앉힌다. 익순을 믿기 때문. 그리고 이런 상황을 수도 없이 겪었을 터. 둘은 익순의 영국유학 문제로도 잠시 갈등을 빚지만, 이내 대처한다. 둘은 유학 후 벌어질 모든 상황을 이미 알고있다. 마치 시뮬레이션을 돌린 듯 술술나온다. 연락 문제로 싸우고, 약속문제로 싸우고 등등 시시콜콜하게 벌어질 모든 일들을 그들은 이미 안다. 20대때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다. 헤어지고 나서 깨닫는다 아 그러면 안됐구나, 아 내가 잘못한 거 였구나 등등. 오답노트라고 하기엔 너무 딱딱하고, 성장한다 정도로 설명하면 될 듯하다. 이런 일련을 과정을 모두 겪은 준완은 3년간 유학을 떠나는 애인 앞에서도 단단하고 흔들림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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