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요약 서울역 일대를 무대로, 각 인물들의 시점으로 그려지는 소설이다. 그 중심에는 노숙자에서 편의점 알바가 된 독고가 있다. 노숙자 독고가 기억을 찾아가고, 그 과정에서 편의점에서 겪는 일들이 주요 이야기이며, 그는 각자의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위로하고, 치유한다. 얼어붙은 취업시장을 대현하는 시현, 소통부재인 사장님 모자, 꿈을 쫒다 벽에 부딪힌 정작가 등 각자의 힘든 상황을 독고는 편의점에서 상대에 대한 관심 그리고 친절로 답한다. 그 과정에서 독고 역시 영향을 받고,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깨닫게 된다. 불행한 과거에 마주했지만, 더는 회피하지 않고 앉고 나아가는 독고. 줄 곧 머무는 공간이었던, 서울역에서 빠져나온 독고는 그렇게 자신의 인생을 제대로 마주할 사람이 되어 떠난다. #감상 편의..
누나에게 돌직구 날려대는 연하남들에게 과몰입할 준비가 되었는가. 그들을 본인의 대학시절 짝남으로, 아니면 덕질 중인 아이돌로 설정해도 좋다. 캐릭터 설정이 끝났으면 혜수가 되어 90년대 대학교 캠퍼스로 들어가보자. 설레는 첫 MT, 시골에 쳐박혀서 남자들끼리 죽어라 공차고 공부만 하던 내게 인상깊은 하루였다. 예쁜 누나. 눈에 띄었다. MT장소로 가는 버스에서 부터 심장이 뛰었다. 누나는 대학교 3학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대학생들은 전부 어리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어른 같았다. 술게임도 같이 하고, 여러가지 행사를 함께 했지만, 용기내서 말한마디 제대로 못건냈다. 그 때는 소심하기도 했고, 이 누나가 나를 좋아할리 없다는 생각때문에 아무것도 못했다. 이 책의 연하남(H, 맑음)들은 달랐다. 그야말로 ..
#이정도면 누구 죽여본거 아니냐고... '빛의 제국',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읽으면서 김영하 작가의 진면목을 보지 못했다. 오히려 무라카미 하루키의 냄새가 짙은 문체에 색깔이 없다고 감히 생각했다. 하지만 살인자의 기억법에서는 그의 진면목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마치 살인을 해본 것 같은, 치매에 걸려본 것 같은 디테일한 묘사는 소름 돋는다. 시각적인 자극이 아닌, 활자를 통해서 내 상상력으로 소름이 돋은 것은 오랜만이다.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공(空)이라는 김영하의 메시지대로, 나는 텅빈 실체가 아닌 내 상상속에 실제하는 살인자를 떠올리며 경악했다. 예를 들면, 치매에 걸린 살인자 김병수가 TV에 나온 연쇄살인범 이야기를 보고 '혹시 나였을까?'라고 자문하는 모습. 스스로 적은 노트..
#넌 신이 아니야 어린 김영하는 참 허세 넘쳤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 섹스, 신에 대해 그가 늘어 놓는 말들은 어딘가, 현실세계가 아닌 이야기 같다. '완전한 신의 모습을 갖추었다.'고 말하는 주인공 C는 완전한 인간 그 자체다. 신이 만든 이데아에서는 사물을 투영해서 바라보는 법이 없다. 그 자체로 완전한, 무결의 세계인 것이다. C는 모든 사람을 매체에 투영해서 바라본다. 그는 '자살 안내자'로서, 글을 통해 세연을 바라본다. 비디오아트 작가로서 영상물로 미미를 바라본다. 무결점, 순수함이 깨져버린 그의 시선은 당연하게도 '신'일 수 없다. 작가가 미미를 통해서 말한 것 처럼 '걸리지는 순간 그것은 이미 실재가 아닌 것이다.' 신이 우리를 모니터로 관찰할까? 아무리 화질이 좋아도 그건 이미..
안희정 전 지사는 성범죄자다. 김지은씨가 JTBC에서 범행을 밝히기 전과 후 그는 계속 성범죄자였다. 그리고 최근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역시 비서 성폭행으로 고소당해 쪽팔림 때문에 생을 마감했다. 왜 권력자들은 성폭행을 저지를까? '김지은입니다' 를 읽어보니 사건과 별 상관없는, 예를 들어 재판장에서 긴장감에 책을 봤다느니, 어디서 어묵을 먹었다느니 자질구레한 얘기도 많았지만, 대부분은 안희정이 가진 권력의 크기와 그것을 무시할 수 없었던 이유을 서술했다. 권력에 의한 강제행위임을 입증해야 죄가 성립되는데, 5년간 성폭행을 당했지만, 정말 안타깝게도 구체적인 증거물이 없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의 말로써 증명하려했기 때문이다. 책을 보면 안희정의 범죄 행위는 의심할 여지 없이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철..
2006년에 출간한 김영하의 4번째 장편 소설이다. 신문을 보다가 퀴즈쇼라는 소설로 처음 알게됐고(읽진 않았다) 알쓸신잡을 보면서 유시민 작가와 토론하는 것을 보면서 내공이 남다르다고 느꼈다. 그의 소설 하나를 읽고 싶었고, 제목이 가장 땡기는 걸 골라잡았다. 빛의 제국. 상당히 심심한 소설이다. 남파한 간첩 김기영을 중심으로 각 인물들의 스토리가 4갈래로 뻗어 나오지만 소설은 그들의 모습을 그냥 CCTV찍 듯 찍어낸다. 그래서 허무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럴 거면 다큐3일을 봤지 굳이 왜 소설을 읽었나. 김영하는 각 인물들이 사회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김기영이 느끼는 공포는 자기 삶을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다는 데에서 기인합니다. 그는 지금껏 자..
소설의 주인공은 지나치게 극단적이긴 하지만 우리는, 아니 적어도 나는 인간실격이라는 그를 닮았다. 페르소나에 갇혀 살았던 그의 유년시절은, 코로나에 마스크를 쓰듯 매일 가면을 써야만하는 우리들과 닮았다. 출근해서 "안녕하십니까" 라고 말하는 대신 "어제 너 땜에 술 존나 쳐먹다가 간신히 일어나 오긴 했는데, 내 책상 위에 저 문서들 뭐냐? 설마 니가 올려놨냐, 이 양심도 없는 X끼야?" 라고 인사해서는 사회가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어쩌면 누구나 그렇게 산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스스로를 파고들었기 때문에 홀로 극심하게 외로웠는지도 모른다. 남들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해서, 그냥 웃겨버리고 마는 그런 상황들, 얼마나 많은가. 웃음은 약자의 대화법이라고 했다. 약자는 강자에게 그저 익살스럽게 ..
*스포있음 #모두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 이거 동화냐? 요즘 인간수업, 부부의세계, 타인은 지옥이다 등등 화려한?성악설 영상들을 보다보니 녹나무의 파수꾼이 주는 잔잔한 감동실화는 크게 와닫지 않았다. 회사에만 해도 사탄의 자식들이 미쳐날뛰고 있는데, 모든게 술술 잘풀리는 소원들어 주는 나무라니 초반부터 싸늘하게 마음이 식어버렸다. 하지만 이 소설은 무려 게이오의 명작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이후 첫 소설이고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평이 좋다. 많은 게이오 팬들이 듣기에는 매우 불편한 첫 인상이니, 내 마음이 썩을대로 썩어버린 탓이다. 기억전달 매체인 녹나무는 소설에서는 세대를 이어 사념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말로는 표현 못하는, 언어의 한계때문에 전할 수 없는 모든 기억, 추억 등등이 그..
이 책은 '타인은 지옥이다.'에서 주인공 윤종우(임시완)이 읽고 있던 책이었고, 그래서 읽어 보았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아마도 고등학교 문학책에 있었던 듯 한데, 뭐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존엄성 상실 등을 외웠던 기억만 난다. #정말, 타인은 지옥이다. 가장 인상깊은 것은 주변사람들의 모습이다. 주인공 그레고르가 하루아침에 벌레(무슨 벌레인지는 정확하게 나오지 않는다.)로 변하자 그의 가족들은 냉담한 태도로 돌아선다. 돈을 잘 벌어왔던 그레고르가 경제활동을 할 수 없고, 때문에 자신들이 일을 해야했기 때문이다. 실상 그의 가족들은 겉모습만 변하지 않았지, 속은 벌레같이 변했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그레고르를 죽이려고 했으며, 어머니는 조금만 보고도 극혐하며 소리질렀다. 그나마 살가웠던 동생은 그레고..
자본주의는 많은 병폐가 있지만, 역사적으로 사회주의에 승리한 것은 사실이다. 1권에서 김범우에게 사회주의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들은 소작인은 이렇게 말한다. "고딴게(공동의 토지를 함께 농사 후 분배받는 것) 무슨 평등입니까, 자기 밭의 배추가 속이 더 여물찬 것이 사람 본성인데" 모두의 것은 내 것이 아닌 것이다.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것은 경제학 이론으로 증명됐으며, 공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협상 모델(코즈 정리)이 제시되는데, 이 또한 돈(자본)에 의한 해결이다. 그런데 왜 염상진이나 이하 하대치, 안창민 같은 인물들은 사회주의에 목메는 것일까, 2권에서는 각 인물들이 생각하는 정의(JUSTICE)를 소개하고있다. 마르크스의 여러 저서들을 함께 읽어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우선 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