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좀비랜드: 좀비가 자본주의보다 낫다.

#행복은 이토록 쉬운 것

 

좀비가 없는 이 세상에 사는 우리는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 계약설에 따르면 모든 시민은 국가와 계약을 맺었다. 자신의 모든 권리를 내놓고 국가에 속해서 생존을 보장받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가 무너지고 좀비만이 가득한 세상에서 생존한 인간은 좌절하고 삶을 포기할까? 아니다. 그곳에서 인간은 트윙키만 있어도 찐행복을 느낄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좀비없는 세계의 인간은 행복을 누리기 불가능한게 아닌가 싶다. 태초에 인간이 지닌 욕망은 법에 의해 규제돼서 꾹꾹 억눌린다. 돈은 회사 사장이 전부 가로채가고, 나를 지켜줘야하는 국가는 오히려 세금만 떼가는 도둑놈이랑 다를 것도 없다. 죽도록 일해서 쥐꼬리만한 돈을 벌지만 트윙키를 맘껏 먹어도 전혀 행복하지 않다. 하지만 좀비랜드에서 참 행복을 즐기는 사람이 있으니, 텔러해시(우디 해럴슨)이다.

 

탤러해시는 마초맨이고 트윙키(과자)를 찾아나선다. 단순하다. 트윙키를 찾으러 다니며, 좀비는 죽이고, 눈에 보이는 건 파괴한다. 위치타(엠마 스톤)을 보고도 아무런 느낌을 못받는 그의 목표는 오직 트윙키다. 좀비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쳐부수며, 놀이동산에서는 그야말로 학살한다. 그리고 기념품샵에서는 눈에보이는 모든 것들을 다 때려부순다. 좀비학살과 파괴는 답답한 속을 뚫어준다. 우리회사에도 와서 저렇게 좀 다 뿌셔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드는 찰나 출근해야된다는 생각에 또 다시 답답해진다. 탤러해시의 모습을 보면 인간은 원래 쉽게 행복할 수 있는 존재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끊임없이 사람을 조여오는 국가와 회사 그리고 여자친구 돈 때문에 이제 사람은 행복을 돌아돌아 어렵게 찾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좀비랜드(2009)_포스터 / 출처: 나무위키

 

#좀비가 자본주의보다 낫다.

 

좀비영화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인간을 관찰하는 재미가 있다. 정상적인 사회에서라면 절대 빛을 보지 못했을 인물들의 활약을 보는 것이 재밌다. 좀비영화는 아니지만 영화 엑시트에서 국가재난 상황에서의 조정석이 그랬다. 백수에 잉여인간일 뿐인 조정석은 암벽등반 기술로 영웅적인 활약을 펼친다. 부산행에서는 그냥 덩치큰 일반인이었던 마동석이 좀비를 때려잡고 '#살아남다'의 유아인은 진라면을 끓여먹는다. 맛있게. 주인공 콜럼버스(제시 아이젠버그)도 그렇다. 와우 폐인인 그는 자신만의 법칙을 만들었다. 때문에 그는 좀비를 해치웠다가 다시 살아난 좀비에게 물리는 좀비영화 국룰에서도 살아남았다. 평소에는 그냥 그의 습관이었을 뿐이지만, 좀비가 창궐하자 그만의 생존전략이 된 것이다. 게다가 세상에 얼마 안남은 여자 중 한명이 엠마스톤이라는 운빨 대박을 맞아버린 그 역시, 탤러해시와 마찬가지로 좀비 전 세상보다 좀비가 창궐한 세상이 더 낫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보기만해도 역겨운 좀비들이 득실거리는 좀비랜드는 지금 이 자본주의 사회보다 더 살기 좋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꿈의 나라인 것이다. 좀비는 멍청하게 느릿느릿 걸어오기라도 하지, 상사의 지시나 북한의 미사일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우리를 위협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출근과 동시에 좀비에게 한 입 뜯기고 하루를 시작하는 셈이다. 유산소 운동을 한다고 콜럼버스처럼 그 공격을 피할 수 있을까? 유산소 운동은 코로나 때문에 하지도 못할 뿐더라 자본으로 탈바꿈한 좀비는 피할 수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매일 물어 뜯기며 살고 있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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