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반도: 이것이 'K-레이싱'이다. / 'K-눈물' 첨가함
- 리뷰/영화
- 2020. 7. 17.
K-좀비라고 설칠 때부터 꼴배기 싫었다. K-POP, K-FOOD까지는 그러려니했는데, 하다하다 K-좀비...이러다가 한국 사람들을 K-사람이라고 할 판이다. 게다가 초반부터 신파로 한국영화 기강잡고 들어가니...또 속었다 싶었다. 하지만, 이 영화, 스릴있고 잘 만들었다. 우선 '#살아있다'같은 라면 광고 영상과는 다르다. 특히, 살아가는 공간에서 밖으로 도망쳐나오는 것이 아닌, '부산행'이후 밖에서 폐허가된 한국으로 다시 들어간다는 구조가 신선하다. 강동원이 왜 다시 들어갈 수 밖에 없었고, 한국 상황과 국제정세는 어떤지 대략적인 설명이 있고, 크게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들어간 한국. 분위기가 아포칼립스 그 자체다. 스산하고 음산한, 폐허가 된 도시를 잘 살렸다. 배경만 놓고 봤을 때, 여타 다른 좀비영화 못지 않다. 또한, 좀비를 그려내는 신에서 그 동안 못봤던 연출도 있었고, 그렇기에 신선했다.
가장 몰입한 것은 좀비와의 차량추격씬이다. 생각해보면 좀비를 가장 효과적으로, 무차별하게 죽일 수 있는 건 '차'다. 총으로 한마리 한마리 쓰다듬어 주는 것보다 차로 밀어버리는데 훨씬 효율적이다. 기어 빡 넣고, 드래프트 따닥하고, 앞에 좀비 차 옆구리로 다 밀어버리는 장면은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연기하는 배우의 호흡이나, 자동차 조작 액션, 그리고 스릴있는 촬영기법이 더해져서 추격씬은 두말할 필요없이 굉장했다. K-레이싱이라고 홍보해도 인정하겠다. 물론 '타요버스'얘기가 나오기도 하고, 개연성을 조금 밥말아 먹는 느낌도 있는데, 개연성 그렇게 따지면 인천항 들어가자마자 1분 컷 당해야 한다. 일단 차 굴러가는 소리듣고 좀비들이 왜 안달려오는가. 저건 말이안돼, 말이라고 따지고 들면 끝도 없다는 말이다. 그래도 개연성 측면에서 기본은 지켰다는 생각이 든다.
부산행, 킹덤, #살아있다 등에서 보여준 한국형 좀비들의 연기는 여타 다른 외국 좀비들과 견줘서 꿀리지 않는다. 좀비한테는 K인증 마크를 달아서 수출해도 된다. 다만 캐릭터들의 스토리나 개성이 살지 않는다. 애초에 목표가 단순하고, 갈등을 할만한 문제상황이 없으며, 선악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초에 한국인끼리 스토리 엮이면 애먼 신파나 만들어낼 걸 생각하면, 차라리 그런거 없애고, 좀비랑 액션에만 힘을 준 게 더 나은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이 영화도 그 와중에 신파를 꾹꾹 눌러담아서 K-눈물을 생산해냈다.
따라서 영화를 볼까말까? 고민 중이라면 주저없이 봐야한다. 아포칼립스 느낌의 도시와 관절 있는대로 꺾어버리는 좀비는 워킹데드 같은 대작 드라마에도 전혀 안꿀린다. 혹시 최근 개봉했던 '#살아있다'같은 좀비 학예회 수준의 영화를 떠올리고 관람을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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