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살아있다: 유아인의 헐거운 도전기/ 세가지가 부족하다
- 리뷰/영화
- 2020. 6. 25.
*스포없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지만... 아쉬운 세가지
재난 영화에서 봐야할 요소는 세가지라고 생각한다.
1. 먹을 것 등 자원이 한정돼있다는 심리적 압박감.
2. 시시각각 다가오는 절망적인 상황에서의 판단.
3.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
첫번째는 영화 '터널'에서 하정우가 잘 보여줬다. 주유소에서 무심코 받은 생수 한 병을 나누고 또 나눠마시고 심지어 나중에는 소변을 먹으려까지한다. 두 번째는 영화 '엑시트'가 잘 보여줬다. 독가스는 점점 차오르고, 옥상으로 가는 키는 없고. 이런 상황에서 관객들은 어쩔 수 없이(?)주인공과 같이 고민하고 어떤 선택을 해야할 지 스스로 고민하며 영화에 몰입한다. 재난 상황에서 주인공은 일상생활 할 때와는 다르게 끊임없이 선택을 해야하고 관객은 그 선택과 결과를 계속 판단하면서 보는 것이다. 셋째, 영화 터널에서는 공권력의 무능함을 비판하고, 엑시트에서는 취업으로만 인간을 판단하는 새태를 꼬집었다.

영화 '#살아있다'는 이 세가지 요소가 조금씩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갑자기 좀비 바이러스?가 발병돼서 고립된 상황에서 자원은 한정돼있지만 쉽게 쉽게 해결되는 모습이 아쉽다. 한정된 먹거리는 소중한 PPL을 위해 정성스럽게 찍히는 용도일 뿐이다. 둘째, 절망적인 상황은 맞지만, 역시 쉽게 해결된다. 영화 엑시트에서도 조정석이 독가스가 올라오는 사태를 클라이밍 등 생존기술로 쉽게 돌파한다. 하지만 조정석에게는 암벽등반은 잘하지만 (취업에 쓸모도 없기 때문에)그냥 백수인 캐릭터를 부여했기에 이해가 갔다. 더구나 평상시에는 그저 잉여인간이지만, 위기상황이 오자 '대기업 취직한 사촌형은 커녕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다.'라는 메시지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오준우(유아인)이나 박신혜(김유빈)는 애초에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없다. 오준우는 게임BJ정도만 소개됐고, 박신혜는 캠핑용품과 등산을 했다는 것으로보아 그쪽에 취미가 있다는 정도만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이들은 갑자기 무쌍을 찍는다. 또한 누구보다 무서워하면서 갑자기 누구보다 용감하게 돌변하는 걸 보면 의아하기도 하다. 부산행처럼 등장인물이 많지 않기 때문에 유아인과 박신혜가 터널의 하정우처럼 좀 더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결국 '두 남녀 주인공이 무모함과 천운으로 탈출했다.'가 느낄 수 있는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뭐하고 있었는지, 주인공들이 왜 어떤 감정에서 저런 선택을 했는지 설명이 부족하다. 더구나 영화 제목에서 해시태그를 사용하고 주인공들도 SNS를 하기는 하지만, 소셜네트워크와 재난이 연결되는 지점은 거의 없다.(희미하게 한장면 나올 뿐) 하지만 갑자기 짜빠구리는 요리법까지 길게 홍보하는 오락영화라고 할 수 있다.
#K좀비, 민첩100 공격력0
K좀비라고 까지 불리는, 부산행과 킹덤을 잇는 한국 좀비들의 비주얼은 단연 디테일하다. 좀비로 변하면서 관절 꺾는 것은 부산행에서 심은경에게도 느꼈듯이 '#살아있다'에서도 이현욱(타인은 지옥이다에서 서문조 꼬봉...)이 잘 보여줬다. 관절 꺾기는 한국좀비가 세계최고다. 이런 외적인 훌륭함 대신 공격력에 대한 아쉬움은 남는다. 그렇게 민첩하면서 공격력은 제로다. 박신혜가 아무리 넘어져서 둘러쌓이고 같은 방에서 갇히고 해도 좀비들은 냥냥펀치만 날리는지 데미지를 전혀주지 못한다. 총을 아무리 쏴도 절대 맞지않는 주인공을 보듯이 그들은 절대 물리지 않는다.
결국 실감나는 장면 장면의 연속이고 단편적인 부분들을 즐기면서 보기에는 무리가 없는 영화이다. 영화 터널에서처럼 재난상황에서 공권력의 무능함을 비판하지도 않고, 부산행에서 처럼 주인공의 선택에 크게 공감이 가지도 않는다. 하지만 디테일한 좀비 연기와 진짜 좀비스러운 사운드에 정신차려보니 어느세 영화가 끝나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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