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우아한 세계(2007): 조폭이 퇴근하는거 봤어? / 성차별 영화임

#조폭인데 퇴근은 에바지

 

조폭은 원래 간지빨이다. 수트 딱 입고, 돈은 어마어마하게 많고 수하에는 부하들이 수십명씩 있다. 가끔 경찰과 트러블이 있지만 걔네는 돈도 없고 가오도 없어서 돈 몇 푼주면 금방 해결된다. 반대파가 쳐들어오면? 유리창 깨고 탈출하거나 무쌍찍으면서 다 때려잡으면된다. 물론 뒷주머니에는 스미스 38구경 권총과 사시미 칼도 있다. 

 

근데, 이 영화, 강인구(송강호)는 안그렇다. 조폭이 집으로 퇴근을해버린다. 잠깐만, 사시미로 살인도 안하고 어딜 퇴근해? 조폭이 직업이라는 생각은 딱히 안해봤는데, 왜냐하면 조폭은 출퇴근을 안하기 때문이다. 원래 회사원이나 어떤 직장이든, 출근과 퇴근이 있기 마련이다. 근데 조폭이 퇴근하는건 축구선수가 축구하다가 갑자기 퇴장당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사실 조폭도 아버지이고 직업이다. 생계를 책임져야한다. 그래서 현실적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마치 나혼자산다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혼자산다는 물론 연예인의 삶을 일부분 가공하여 보여줌으로써 이미지 메이킹시켜주는 프로그램에 불과한 유사 다큐멘터리이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연예인도 우리랑 똑같이 사네'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유명 연예인이라고 해서 밤마다 풀파티가고, 새벽엔 룸에서 코카인을 흡입하며, 미인들에 파묻혀 살 줄 알았는데, (방송용으로 보여주는)그들의 실제 삶은 우리랑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도 밥먹으면 설거지하고, 집청소하고 친구들 불러서 삼겹살 구워먹고...다 똑같기 때문이다. 

 

우아한 세계_포스터 / 출처: 나무위키

 

강인구(송강호)도 그렇다. 조폭이라고 사시미 칼로 드루와 드루와 하지 않는다. 앙증맞은 커터칼로 진흙탕 싸움하면서 술집 아저씨들의 추태를 보여준다. 결국, 일상의 무거움은 조폭이나 회사원이나 다를 것 없는 것이며, 마누라 잔소리도 조폭이라고 피해갈 수 없는 것이다. 조직에서 버림 받고 목숨을 위협받은 뒤, 보스와 한판 벌인 뒤, 집으로 퇴근한 강인구의 모습은 회사원으로 그대로 치환할 수 있다. 하지만 진짜 회사원으로 나오면 너무 재미없어서 볼 사람이 없으니, 조폭으로 바꾼 것이다. 

 

#이거이거... 성차별 영화네

 

송강호는 이렇게 치열한 삶을 살면서, 집을 마련하고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데, 이 집구석의 아내와 딸은 강인구가 못미덥다. 조폭일을 하기에 떳떳하지 않다는 것인데, 물론 그렇다고 스스로 일을 하지는 않는다. 집 부터 생활비까지 따박따박 남편과 아빠 돈으로 살았으면서 강인구를 무시하기만 한다. 보살핌을 받기만 하는 존재, 불평 불만만 하는 존재로 여성을 그려낸 것인데, 이 영화를 보면 여자는 밥버러지일 뿐이다. 지금 이런 영화가 나오면 여가부에 신고당해서 상영도 안됐을건데, 운이 좋았다. 지금 이 영화가 나온다면 강인구는 여자여야 하고, 물론 미혼이여야한다. 주변에 잘생기고 돈많은 젊은 CEO가 따라다닐 것이다. 물론 만나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영화 주인공은 남자이기에 아내와 딸에게 돈과 인생을 다 갖다 바치다 못해 외국으로 보내 호위호식하도록 도와준다. 그들의 비디오를 보며 눈물 짓고, 먹던 라면그릇을 깨부수는 장면은 상반기에 본 명장면이며, 그 뒤 깨진 그릇을 주워담는 모습은 최고의 명장면이다. 

 

우아한세계, 성차별적인 요소가 심각하게 들어가있지만 그만큼 현실을 가장 잘 반영한 것이며, 사무실에 앉아서 부장에게 닦이고 있는 모든 아버지들에게 바치는 영화이다. 물론 워킹맘 포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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