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이야기: 축구로 붙으면, 피렐리 쌉바름
- 리뷰/자동차
- 2020. 9. 14.
자동차에는 중요한 부품들이 많다. 우선 엔진, 변속기, 현가장치 등등 정말 공부할 수록 복잡하고 수많은 관련 기업이 자본력을 투입해서 기술을 집약시킨 부품들이다. 그런데 타이어...음...타이어? 그거 그냥 고무아닌가..라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무식한 생각이었다. 미니카에 들어가는 그런 생짜 고무로 된 타이어가 당연히 아니다(물론 초창기 타이어는 그랬지만). 타이어가 대박인게, 모든면에서, 올라운드로 다 좋은 타이어는 없다.(물론 미쉐린의 특정 모델은 모든면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이긴한다) 어떤 타이어든 성능에서 등가 교환을 해야한다. 예를들면, 접지력을 좋게하면 연비가 안좋아진다. 물론 연비를 좋게하면 접지력과 제동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차살 때, 간지와 주행을 택하며 19인치를 낄 것인지, 연비를 택하며 17인치로 갈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다.
타이어에는 고무는 물론 각종 합성섬유와 금속 그리고 식물성오일까지 포함돼있다. 트레드 패턴은 물론, 제동력, 마찰력, 접지력 등을 확보해 자동차 운동성능을 향상시키려는 기술의 집약체다. 주식 어플을 키고 국내 타이어업체에 들어가보면 업종이 화학으로 구분되어있다. 그만큼 많은 기술력이 필요한 산업이라는 것이다.
#숫자, 일본 그리고 축구
그래서 일까, 국내 타이어업체의 숫자들을 보면 대단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냥 부품업체인데...나는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국내에서는 한국타이어(정확히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이하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순으로 점유율을 가져간다. 물론 국내 시장은 수입타이어에 1등을 내줬다. 그건 뒤에서 얘기하고...
말리부 1.35T에도 한국타이어가 들어갔다. 사실 모든 것들이 그렇듯이, '한국'이라는 말은 인정하기 싫지만 디스카운트가 들어가있다. 단순히 비교하기 힘들지만, 삼성이 애플의 시가총액의 반의 반도 안되는 것도 이런 패널티가 적용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타이어(정확히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 무려 자산규모가 10조다. 물론 자산이 200조에 육박하는 현대자동차와 비교할 건 안되지만, 10조면 우리나라에서 대충 40위 내외정도 된다. 현대그룹 부품사를 제외하고 규모가 크다는 자동차 부품업체인 만도의 자산이 4.5조 정도이니, 타이어업체의 크기를 알 수 있다. 손에 들고 있는 현금만 1조가 넘고 현금으로 회수가 가능한 매출채권까지 합하면 2조가 넘는다. 참 이런 걸 보면 기업들 힘들다고 하는거 다 거짓말이다...물론 미래의 투자를 위해서 유보시킨 자금이겠지만.
한국타이어 그래 대단한 거 알겠다. 근데 일본이 출동하면 어떨까? 사실 나는 요즘 일본을 떠올리면 좀..망해가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아픈 아베도 떠오르고 하면서 근데, 일본은 진짜 알면 알 수록 강국이다. 생산량 기준 타이어 전세계 1위기업인 브릿지스톤을 가지고 있다. 엥? 타이어는 미쉐린 아님? 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브릿지 스톤의 연매출액은 30조를 훌쩍 넘는다. 한국타이어 연매출은? 7조정도다.(19년 기준). 자동차 부품에 덴소, 그리고 타이어엔 브릿지 스톤까지...소재강국이다. 게다가 사람들이 브릿지스톤은 일본기업인 것을 잘 몰라서 불매운동 회피력도 높다. 정말...일본 하는 짓보면 꼴보기 싫은 것도 맞지만, 일본 무시하는 건 한국사람 밖에 없다는 말도 맞다.
또하나 중요한건 한국타이어가 일제시대 때 브릿지 스톤이 이어진 것이라는 점이다. 패전 후 남기고 간것을 해방 후 재건한 것이다. 그래서 초대사장을 보면, 이시바시 쇼지로, 즉 브릿지스톤의 창립자다.
사실 현재로서는 한국타이어가 미쉐린, 피렐리, 굿이어 등등 글로벌 타이어 랭커들을 쌉바를 수 있는건 축구뿐이다. 무려 레알마드리드를 후원하는데, 말안듣는 골프선수가 한명 있기도 하고, 챔스 16강 빡빡이 매치에서 펩에서 털리긴했지만, 레알은 월드클라스다. 인터밀란을 후원하는 피렐리랑 붙어도 이길 수 있다.
#현대자동차와 한국타이어
아무튼, 이렇게 한국타이어는 규모가 있는 회사인데, 뭐 이거다 현기차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두 회사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있었다. 2014년 제네시스(DH)에 장착된 한국타이어 품질 논란이 있었는데, 당시 현대차에서 4만대가 넘는 차에 대한 타이어를 전량 교체했다. 이건 팩트고, 뇌피셜로 사람들은 이 이후부터 현대차와 한국타이어가 사이가 안좋아진게 아니냐라고 말한다.
사실, 최근에 출시하고 있는 현대차 모델들은 수입 타이어를 쓰고있다. 제네시스, 펠리세이드, 소나타 등등에 미쉐린, 피렐리 등이 들어간다. 소형 SUV로 대박친 셀토스에도 금호타이어가 독점 공급을 맡았다. 그래서 국내시장 점유율 1위도 수입타이어에 내줬다. 뭐 거기까진 한국타이어 입장에서 신경쓰이는 정도인데, 현대차가 프리미엄 급에는 한국타이어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식으로 발언해서 한국타이어의 속을 긁었다. 한국타이어 입장에서는 한온시스템(공조장치 부문 세계2위)를 인수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울 것 같다. 몸집이 더 컸다면 이렇게 함부로 대하지 못했을 텐데...
그런데 사실 한국타이어 입장에서는 현대차도 소중한 고객이지만, 현대에서 나오는 매출은 기껏해야 10%정도다. 생각보다 현대에 빌붙어 사는 기업이 전혀 아닌 것이다. 포드,GM,BMW, 심지어 페라리까지 한국타이어가 들어간다. 그래서 생각보다 한국타이어도 현대에 좀 개길 수 있다. 역시 사람도 기업도 경제적으로 좀 자유로워야 가오가 사는 법이다.
#형제의 난
한국타이어는 현재 진흙탕 싸움 중이다. 지주사 전환을 하는 과정에서 지분율 문제로 회장과 차남이 한패를 먹고 장남과 차녀가 한패를 먹었다. 하여간 뭔가
상속을 둘째한테 하면 안된다. 조선시대 왕자의 난도 그래서 일어난거니까. 주가는 바로 반응하여 7프로 가까이 빠졌다가 지금은 오늘만 7프로 오르면서(9/14)다시 회복했다. 역시 사랑이든 주식이든 뭐든 존버가 답이다.
이 글은 사실 내 차(말리부)에 타이어가 뭐지? 하고 봤는데, 한국타이어(미쉐린 넣어주지..ㅎ)길래 이것저것 보다보니 나름 재밌어서 쓴 글이다. 내용에 오류가 있을 수도 있는데, 혹시나 진짜 혹시나 그런 경우 댓글로 수정을 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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