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320i M 리뷰: 타지 말았어야 했다(in bmw driving center)
- 리뷰/자동차
- 2020. 8. 31.
*영상은 유튜브 참고
BMW를 한번도 타본적이 없었다. 칭찬하는 말은 많이 들어봤다. 그 중의 역작인 3시리즈. 궁금했다.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320i M sports으로 트랙을 타러갔다. On-Road상품이고 1시간반에 8만원이다.
BMW 3시리즈 트랙주행...너무나 만족스럽지만 한편으로는 후회된다. 이걸 탄 순간 모든 기준점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내가 산 말리부, 정말 편안하고 연비좋고 외관 멋지고 좋았다 하지만 주행의 재미에 있어서는 이 차를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갈 알아버렸다. 마치 알콩달콩 연애를 하는 중에, 너무나 완벽하고 매력적인 타인에게 한 눈 팔린 상황이랄까.
가장 궁금한 것 주행질감이었다. 솔직히 주행질감이 좋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차 마다 차이가 좀 있긴 하지만, 엔진과 변속기를 통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 슈퍼카가 아닌 이상 정말 짜릿할 정도로 차이가 있을까. 단단한 세팅이 코너링에서 좋은건 무슨 느낌인가. 아니, 코너링이 재밌다는 말은 또 뭘까. 그냥 BMW니까, 주행에 명성이 있는 차니까, 나름 비싼차를 타는 거니까 착시효과 같은게 아닐까. 마치 평범한 옷에 명품마크를 붙이면 고급져보이는 것 처럼.
그런데 아니었다. 그냥...무슨 말인지 시동키고 1분만에 알아버렸다. 감히 내가 평가하는게 가능이나 할까. 뭐 개인적인 생각이니까 말은 할 수 있지만 평가라기 보다는 소감정도라고 밝히고 싶다. 일단, 차가 묵직하게 치고나간다. 말로 설명하기가 좀 힘든데, 예를 들면, 이 곳에 올 때 제네시스 g70 3.3T를 타고 왔는데(친구 차), 마치 독수리를 타고 날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370마력으로 치고나가는 가속감이 엄청났다. 하지만 BMW 320i M은 187마력이다. 그런데 마치 호랑이 등에 타고 가는 느낌이다. 정말 단단하고도 기분 좋은 가속감이다. 슝하고 하늘로 치솟는게 아닌, 호랑이가 다리 근육으로 사냥감을 향해 돌진하는 느낌? 어떻게 187마력으로 이런 가속감과 주행질감을 내는지 모르겠다. 거기다가 엔진음과 배기음도 엑셀을 밟음에 따라 낮고 웅장하게 울려퍼진다. 그냥 하루 종일 틀어놓고 싶은 정도로 듣기 좋다.
코너링이 좋다는 말도 무슨말인지 알았다. 코너링할 때 차가 땅에 딱 붙어서, 뒤가 단단하게, 밀리지 않고 따라온다는 말을 느끼지 못했는데. 정말 그 말 그대로였다. ‘차가 당연히 땅에 붙어있지 그럼 떠 있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느낌이 다르다. 정말 한 치의 흔들림이 없어 불안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땅과 일체가 되어서 치고 나가는 느낌이다. 코너를 빠져나가는 느낌도 묵직하다. 기존에 탔던 차들이 코너를 코스에 따라 그냥 빠져나갔다고 하면, 이 차는 마치. 쇄빙선이 얼음을 다 뿌수고 앞으로 치고나가는 느낌이 든다. 트랙 주행을 한지 얼마 안돼서 느낌이 좀 과장된 측면도 있을 것 같지만...지금 생각은 그렇다.
내가 타고 있는 말리부도 그렇고, 국산 중형차들, K5, 소나타 등등 코너에서 스티어링 휠을 어느정도 꺾을 때, 더 꺾으면 차 뒤가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 항상 들었다. 그래서 핸들을 함부로 많이 꺾기가 두려운데, 이 차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어디까지 따라오나 더 꺾어보고 싶게 한다. 그러면서 들려오는 끼기긱하는 스키드음은 심장을 울린다. 후륜구동이 이래서 주행 안정성이 있는거구나라는 것을 알았다. 이래서 사람은 뭐든 경험을 해보고 판단을 해야하는 것 같다. 후륜 구동 옵션이 몇백만원씩 붙어있는 것을 보고, 굳이 후륜을 왜?라고 생각했는데, 운전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투자할 만한 옵션이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트랙 주행 중 무전기로 안내음성이 들려온다. 잠시 정차하고 스포츠 모드로 바꿔보겠다는 것이다. 그렇다. 이건 컴포트 모드 였던 것이다. 이건 마치 힘겹게 최종보스를 해치웠는데 그 보스가 각성해서 찐보스가 되어버린 상황이다. 컴포트모드 만으로도 내가 탔던 차들을 압살했는데, 찐보스는 어떨까 너무나 궁금했다. 전자식 기어레버를 조작하고 스포츠모드 버튼을 누르고 달리는 순간, 아...살짝 과장하면 완전 다른차가 돼버렸다. 배기음이 훨씬 강렬해지고 스티어링 휠도 더 묵직해졌다. 느낌상 엑셀 반응도 조금 더 즉각적으로 변한 느낌이었다.
스티어링 휠이 묵직하다는 느낌은 딱 이런느낌인 것 같다. 뻑뻑하지 않고 적당한 힘을 줘서 돌려야하는 그런 상태. 참 설명하긴 힘들지만, 기아차의 뻑뻑함과 말리부의 부들부들함의 중간 어딘가에서 균형을 딱 맞췄을 때 나는 느낌인 듯하다.
트랙주행은 하루종일 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정말 순식간에 끝났다. 그리고나서 깨달았다. BMW를 산다는 것은 인생에 짜릿함을 더한다는 것을. 인생에 짜릿할 일이 별로 없다. 출퇴근? 전혀 짜릿하지 않고 업무, 공부 등등 일상생활에서 매일 짜릿함을 느끼기는 참 힘들다. 그런데, BMW만 있으면 하루에 1시간은 짜릿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의 내 인생. 지금 타고다니는 말리부와 비슷하다. 크게 나무랄데 없이 좋지만, 3기통에 무단변속기를 장착한 이 차. 어딘가 재미는 없다. 짜릿한 일? 전혀 없다. 모든게 무난하고 편안하고 안락하다. 트랙 주행 한번하고 차로 인생애기까지 하다니 너무 뇌절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만큼 3시리즈에 대한 느낌은 강렬했다.
5천만원 초반대에서 시작하는 차지만 , 신차 출시 후 시간이 조금 지난 뒤 할인을 이것저것 받으면 4천만원대에 살 수도 있다고 들었다. 도로에서 모든 이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람보르기니, 포르쉐 정도는 아니지만 현실적인 드림카에 걸맞는 가격이다. 치솟는 집값에 집사기는 글렀고, 주식도 그 질병 때문에 지지부진하니, 320i 한 대 뽑고 재밌게 사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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