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불편한 편의점 / 피곤에 찌든 세상...친절해져보자!

#줄거리 요약

서울역 일대를 무대로, 각 인물들의 시점으로 그려지는 소설이다. 그 중심에는 노숙자에서 편의점 알바가 된 독고가 있다. 노숙자 독고가 기억을 찾아가고, 그 과정에서 편의점에서 겪는 일들이 주요 이야기이며, 그는 각자의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위로하고, 치유한다. 얼어붙은 취업시장을 대현하는 시현, 소통부재인 사장님 모자, 꿈을 쫒다 벽에 부딪힌 정작가 등 각자의 힘든 상황을 독고는 편의점에서 상대에 대한 관심 그리고 친절로 답한다. 

그 과정에서 독고 역시 영향을 받고,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깨닫게 된다. 불행한 과거에 마주했지만, 더는 회피하지 않고 앉고 나아가는 독고. 줄 곧 머무는 공간이었던, 서울역에서 빠져나온 독고는 그렇게 자신의 인생을 제대로 마주할 사람이 되어 떠난다.

 

 

#감상 

편의점은 여러사람들이 마구마구 지나쳐가는 곳이다. 그런 점에서는 소설의 시작점인 서울역과 비슷하다. 독고는 인생이 망가져버린, 중년의 노숙자였고, 사람들이 활발히 움직이는 서울역에서 웅크린채 정체되어있었다. 그는 아무존재도 아니었다. 그러다가 마주하게 된 불편한 편의점. 이 편의점은 소설의 각 인물들에게 불편하게 다가가지만 결국 그렇기에 성장과 치유의 과정을 안겨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독고가 있다. 

독고의 본업은 실제 생명을 살리는 일. 하지만 그러지 못했고, 그로인해 트라우마가 생겨 기억까지 잃어버렸다. 하지만 편의점 야근근로를 하면서 그는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린다. 소통부재로 힘들어하는 사장님 모자의 관계를 회복했다. 진심을 담은 칭찬으로 흔하디 흔한 공시생이던 시현의 인생을 180도 바꿔놓았다. 그리고 자신을 멸시하던 사람들을 오히려 보듬었고, 정신적으로 치유해주었다. 작가가 꼽은 한 문장은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이다. 

이렇듯 편의점에는 여러 인생들이 나온다. 그 중에서도 인상깊었던 두 명에 대해서 말하자면,

 

1. 공시+편돌이 조합, 시현

공시생에 편돌이 조합은 정말이지 격공하기에 완벽했고, 헬반도의 취업시장을 마주한 2,30대의 대부분을 대표하는 모습이 아닐까한다. 나 역시 2년간의 수험생활을 보냈고, 학교 매점에서 알바를 했고, 시험을 접고 취업에 뛰어들었다. 어려운 취업과 합격. 그 과정에서 자꾸만 작아지고 자신이 보잘 것 없이 느껴지고 만다. 시현은 자신이 꼼짝 못하던 진상을 처리해주고, 대단한 사람이라며 자신을 칭찬해주는 독고에게 마음을 연다. 

'고작' 편의점 업무인데다가 전국 수 없이 많은 편의점에서 다뤄지는 포스기하나 다룬다고 누가 시현을 대단하다고 말하겠는가. 하지만 독고는 시현의 포스기 레슨이 대단하다며 극찬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냥 지나쳐버릴 수 있는 자신의 진가를 깨닫게 된 시현은 남들하라는 시험공부가 아닌, 진짜 자기 인생을 살기 시작한다. 시현은 편의점에서 실패한 인생이 아닌, 자랑스러워할 만한 인생을 살고 있음을 독고를 통해 알게된 것이다. 

 

순간 시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쨌든 자신이 이 사내에게 진짜 도움을 준 거고, 자신은 그걸 자랑스러워해도 되는 것이었다. - 87p' 

 

2. 정작가 

정작가와 독고는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독고는 글이 잘 써지지 않아 초조해 하던 정작가의 연극 대본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독고는 그녀와 인터뷰를 하면서 기억을 점차 떠올리게 된다. 편의점 사장님이 발판을 마련했다면, 정작가가 독고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사람이 아닐까한다. 독고는 생각한다. 

 

'그녀의 모습에서 알찬 기운이 느껴졌다. 그건 꿈을 품고 사는 사람이 가진 힘이 아닐까?...그래서 물었다. 대체 당신을 지탱하는 힘은 무엇이냐고 -216p' 

 

살다보면, 아니 돈을 벌다보면 그런 의미를 잊게 되는 것 같다. 대체 꿈은 뭔가 그걸 해야할 필요가 있는 걸까. 그것보다 내일 출근해서 하루종일 엑셀을 뜯어봐야한다는 사실이 더더더욱 치가 떨리기에 꿈 따위는 구겨서 주머니도 아닌, 어디 베란다 구석탱이에 있는 캐리어 안에다가 넣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은연중에, 특히나 일을하면서 현타가 올 때면 생각이 나기도 한다. 

나에게는 구석탱이 캐리어 안에 쳐박혀있는 꿈을, 정작가는 주머니도 아니고 가슴속에 품고 살고있다니. 그리고 그걸로 돈도 벌다니. 부러워 하기도 모자랄 지경이다. 정작가를 보면서는 최근에 본 영화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에서 음식점 사장님이 떠올랐다.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둘다 바득바득 꿈을 놓지 않고있고, 누군가로부터 영감을 받아 꿈에 한발짝 다가선다. 그런 영감 또한, 평소에 꿈을 지니고 있는자에게만 올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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