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선라이즈: 신은 사랑하는 남녀 사이에 존재한다
- 리뷰/영화
- 2020. 2. 23.
여행지에서의 로맨스를 느껴보고자하는 마음에 보다가 남자와 여자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영화다.
너무 다른 둘, 하지만 서로를 원하기에 즐겁기도, 고통스럽기도 하다.
이 영화는 3부작으로, 18년의 세월을 다루고 있다. 그 중 비포 선라이즈는 시리즈의 첫번째로, 20대의 사랑을 다룬다. 돈도 없지만, 서로를 향한 마음은 넘쳐나는 그 시절. 공원에 누워자든, 끼니를 아무렇게나 때우든, 함께라면 모든 것이 로맨틱한 그 시절에 둘은 여행지에서 만난다.
처음인 여행지에서, 처음만난 상대방은 서로에게 더욱 매력적이기 마련이다. 주인공 '제시'(에딘 호크)도 그런? 마음에서 셀린(줄리)에게 다가갔을 것이다.
“나와 함께 비엔나에 내려요”
간단한 한마디. 그러나,
그 순간, 둘 사이엔 신(god)이 생겨난 것이다.
1. 시선과 간격
줄리는 제시와 함께 비엔나에 내려 하루를 같이 보내기로한다. 이 둘의 여행 그리고 사랑에 VR을 보는 듯, 생생하게 몰입할 수 있는 것은 둘 사이의 시선과 감정을 그대로 잡아냈기 때문이다.

둘은 기차에서 함께 내려 전철을 타고 이동한다. 기차에서는 복도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바라보며 대화했다면, 지금은 바로 옆자리, 숨소리도 들릴 듯한 간격에서 서로에 대한 질문을 나눈다.
이 간격과 감정은 레코드 가게에서 더욱 좁아진다. 전철은 개방된 공간이었지만, 가게안 밀실에서는 단 둘이, 금방이라도 무슨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긴장이 흐른다.
제시가 상남자st하게 생겨서 바로 달려들 줄 알았는데 은근히 소녀감성이 있었다보다. 둘은 같은 생각을 하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한다. 계속 교차하는 시선, 숨막히는 긴장감, 설레임이 그대로 느껴진다.
나중에 줄리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다른 곳을 볼때 날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좋아"
관람차에서는 둘 사이의 간격이 더욱 좁아진다. 뭐랄까..라면서 우물쭈물 하는 제시에게, 줄리는 "뭐ㅎㅎ"라면서 한발 더 다가선다.
둘의 시선, 눈빛을 번갈아 비쳐주고,
줄리가 먼저 팔을 감으며 말한다.
"나에게 키스하고 싶다고 말하려는 거야?"
혼이 나간듯 끄덕끄덕하는 제시. 어린 남자는 여자보다 서툴다.
2. 남과여 다른 존재, 둘 사이의 신
한 순간의 스파크로 불같이 타올라버린 둘이지만, 남자와 여자는 서로 너무나 다른 존재다.
성당에서의 대화 중, 제시는 자신이 노파이고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라 말한다. 반대로, 줄리는 자신이 어린아이며 어른이 될때를 대비하며 메모하는 것이라 말한다.
미래와 과거에 있다고 생각하는 남녀가 어떻게 현재에서 만난 수 있었을까, 종교에 대해 대화하던 중, 줄리는 말한다.
"난 신이 존재한다고 믿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아마도 너나 나 에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너와 나 사이에 존재 할 것 같다."

줄리가 이렇게 말하자 제시는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유일하게 둘사이의 대화가 끊기는 장면이고, 둘은 마치 이 대사를 음미하듯 말을 잇지 못한다.
극명히 다른 두 존재가 한몸처럼 서로를 끌어당기고 함께하는 것은, 서로의 존재를 성당에서 확인하는 것은, 모두 둘 사이의 신이 그들을 이끌었기 때문이 아닐까?
3. 대화의 중요성
영화는 둘의 대화로 꽉 채워져있다. 하지만 대화만으로도 비엔나와 어루러져 로맨틱하다.
남녀사이에 대화가 잘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다.
둘은 별다른 것을 하지도 않았지만, 하루종일 즐거웠다. 가끔 손금을 본다든지, 거리공연을 본다든지 했지만, 논쟁하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하면서 대화했다.

사랑하는 둘이기에 대화만으로도 영화가 꽉 채워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둘이 나와 대화만 하는데 흥미로울게 뭐가 있을까.
영화는 끝부분에 둘이 함께 했던 장소들을 다시 보여준다. 비엔나라는 도시 자체가 그렇듯 낭만적이다. 뒤로 이어지는 비포 선셋과 비포 미드나잇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이 뒤로 둘은 현실적인 사랑에 마주하게 된다. 영화의 장소도 그 둘이 현실적으로 살아가는 곳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현실적이기 전의 로맨틱한 둘의 하룻밤. 3편의 시리즈 중 가장 좋아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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