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박스: 무시무시한 악령, 그러나 쉬운 난도 / "Don't Open Your Eyes."

*스포있음

 

#워킹데드 쉬운 버전?

 

산드라 블록 주연의 이 영화는 어느날 악령을 본 사람들이 자살을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생존자들은 밖을 보지 못하며, 밖에서는 눈가리개를 쓰고 생활한다.(리신이 떠올랐다. q평쓰면 악령이 맞지 않을까...) 메시지는 간단하다. 새는 자유, 눈가리개는 속박. 시각이 차단된 환경에서 인간이  '버드박스'에서 날아가는 새처럼 끝내 자유를 찾게된다는 것이다. 

 

첫 장면을 보고 워킹데드가 생각났다. 버드박스처럼 어느 순간 좀비가 창궐한다. 원인 불명, 물리면 전염되고 좀비는 죽지 않는다. 버드박스나 워킹데드나 처한 환경은 비슷하다. 인간이 죽기에 최적화된 환경. 좀비들은 재앙 수준으로 언제 어디서나 나타나며, 버드박스의 악령은 눈을 몇 초만 뜨고 있어도, 심지어 CCTV화면으로 봐도 사람을 자살하게 만든다.

 

하지만 버드박스에는 인간 사이의 정치가 빠졌다. 이에따른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원초적인 공포에 쉽게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배신, 살인, 증오 같은 인간사이에서의 감정, 정치 싸움이 없으니, 주인공들은 오로지 앞에 닥친 공포에만 집중한다. 쉽게 그들의 공포에 공감할 수 있다. 나는 곤지암을 보고 한동안 눈 뜨고 머리감았던 기억이 났다. 눈을 감았을 때 뒤에 곤지암 그녀가 서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은 쫄보들은 다 알거다. 아무튼 주인공들이 눈가리개를 하고 밖에 나가서 미치광이들을 만날 때, 강제로 바깥의 악령을 보게 될 때 그 공포를 여러번, 생생하게 보여준다. 

단점은 서사가 단순하다는 점이다. 주인공은 눈을 뜨고 밖에 나갈 수 없다는 것을 해결해 나가는 일직선의 스토리만 있는 것이다. 중간에 생존자 사이에 미치광이가 섞여있었긴 했지만 금방 제압됐고, 강에서도 별다른 일 없이 최종 목적지에 도달했다. 그러다 보니 공포감은 줄어들 수 밖에 없고, 더욱이 악령이란 것은 실체가 없다보니 영화 곤지암에서 처럼 혹여나 나타날 것에 대한 긴장감도 없었다. 워킹데드에서도, 킹덤에서도 좀비라는 환경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무엇보다도 인간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인간에 초점을 두지 않으면, 원초적이고 단순한 서사가 쓰여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버드박스 / 출처: 나무위키

#어떤 판단이 옳은가? 

 

샌드라는 두명의 아이와 강물을 타고 내려간다. 여자아이는 본인의 딸, 남자아이는 동료의 딸이다. 셋 중 한명은 밖을 보고 경로를 지정해야하는 순간이 온다. 샌드라는 고민한다. 누가 강물을 볼 것인가. 샌드라 본인이 보면 본인에게 이 여정을 의지하고 있는 두 아이는 결국 죽는다. 본인의 아이를 보게하자니 맘에 걸린다. 그렇다고 동료의 아이를 보게하자니 찝찝하다. 아이들은 너무나 착하게 서로 본다고 한다. 씁쓸한 장면이다. 두 아이 중 한아이가 본다면 남은 둘은 살 것이고, 아무도 안본다면 모두 급류에 휩쓸려 죽을 것이다. 어떻게 선택하는게 정의일까. 

 

윤리학에서 이런 상황에 아무도 희생시키면 안된다는 것이 의무론이다.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규칙을 지켜야한다는 것이다. 특수한 상황은 고려할 것이 아니며, 사회구성원 모두가 그렇게 해도 되는 일만 해야된다는 것이다. 모든 구성원들이 밖을 보고 죽어도 되는가? 아니다. 그렇기에 의무론에 따르면 아무도 밖을 보면 안된다. 하지만 목적론에서는 누군가 희생해서 다수를 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현실세계에서 마주하는 수 많은 특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윤리가 존재할 이유가 뭐가 있냐는 거다. 이 두 주장 중에 뭐가 맞는건지는 각자의 판단에 달렸다. 샌드라는 모두 안본다는 선택을 한다. 참혹한 결과가 뒤따랐다면 좋았을텐데, 모두가 사는 방향으로 쉽게, 이야기는 흘러가고 그들은 목적지인 학교에 도착한다.

 

#작은 새장, 큰 새장

 

멜러리(산드라 블록)은 목적지에 도달한다. 무전으로 목적지를 알려준 사람은 반전없이 선한 사람이었고, 그곳은 시각 장애인 학교였다. 그곳에서 새를 풀어주는 데, 전장은 마치 새장처럼 돼있다. 새장을 벗어났지만 더 큰 새장에 있을 뿐이다라는 메시지일까.(원피스에서 도플라밍고의 새장이 떠올랐다...) 인간은 결국 새장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그런 나약한 존재라는 생각이든다. 사실 지금도 코로나 때문에 입이며 코며 하루 종일 막고 사는데, 버드박스와 비슷하지 않나 싶다. 더구나 회사며, 학교며 정신나간 싸이코패스같은 사탄의 종자들은 어디에나 있으니, 내가 사는 이 세상은 이미 새장이구나 싶다. 

공지사항

최근 글

최근 댓글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