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생활 8화: 여우같은 곰 , 곰같은 여우 / 그냥 곰, 추민아
- 리뷰 / 드라마
- 2020. 6. 5.
#여우같은 곰
추민아 선생은 여우짓하는 동기때문에 일을 다 떠맡고 고생만하는 것 같아 슬프다. 그런데 양석형(김대명)은 여우같은 곰이다.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위급환자가 발생한 날, 당황한 추민아를 진정시키고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다. 수술 후 둘은 대화를 나눈다.
"교수님 죄송해요. 사실 교수님이 밥 맛이 아니신가 생각했거든요. 생긴거랑 다르게 되게 감성적이고 디테일한 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눈치는 좀 바가지시구나해서 속으로 욕 많이 했어요"
일을 하다보면 그 사람의 인성을 판단할 수 있는 순간이 많이 있다. 취업준비를 할 땐 판단하지도 못할 인성은 왜 본다고 인성면접을 보나 싶었는데, 회사 생활은 인성이 전부다. 정말 싸가지 없고 여우같은 사람이랑 지독하게 엮이면 회사 근처만 가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추민아는 책임감있는 사람이다. 어느 병동이 안그렇겠냐마는, 산부인과는 새생명을 얻는 곳, 책임감은 필수다. 동기가 탈주해도, 산모가 지랄해도, 교수가 몰라줘도 추민아는 끈을 놓지 않았다. 끝까지 버텼다. 챙겨야할 것들을 챙기면서. 취준생들이 쓰는 자기소개서에는 꼭 나의 성격을 쓰는 란이 있다. 그 중 많은 취준생들이 쓰는 것이 책임감이다. 자소서 쓸 때는 막연히 책임감, 내 일에 책임지고 끝까지 다 맡아서 처리하고...이런 것을 생각하고 썼었다. 나름 살면서 알바며, 동아리 회장이며 책임있게 한 것이 많으니까. 하지만 사회는 달랐다. 내가 우리팀 보고서에 쓴 숫자 하나하나에 책임이 붙고 때로는 그 대가로 엄청난 대가를 치르기도 했다. 그 대가는 세금 추징, 경위서 등등 당장 눈 앞에 보이는 확실한 결과로 다가왔다. 그만큼 책임감의 무게는 크고, 추민아는 석형에게 합격점을 받은 것이다. 석형은 추민아에게 이렇게 말한다.
"민아야, 나는 똑똑하고 머리좋은 사람보다, 책임감 있는 사람이 좋아...넌 좋은 의사가 될거야"
될 사람은 혹독하게 다루고 책임감 없는 사람은 소리없이 밀어내는, 여우같은 곰이다.

#곰같은 여우
한편 이 세상 모든 여우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본인이 여우짓하는 걸 사람들이 모른다고 생각하는 부류와 자기가 여우짓하는지 조차 모르는 부류. 추민아 선생의 동기는 여우다. 모두가 안다. 간호사들과 동기인 추민아는 물론이고 담당 교수인 석형도 알고있다. 이건 마치 모두가 CCTV로 보고있는데 도둑질을 하는 꼴이라서, 이 짓이 길어질 수록 본인만 추해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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