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런고민 처음이야 / 샤이니 뺨치는 직진 연하남들
- 리뷰/책
- 2021. 7. 5.
누나에게 돌직구 날려대는 연하남들에게 과몰입할 준비가 되었는가. 그들을 본인의 대학시절 짝남으로, 아니면 덕질 중인 아이돌로 설정해도 좋다. 캐릭터 설정이 끝났으면 혜수가 되어 90년대 대학교 캠퍼스로 들어가보자.
설레는 첫 MT, 시골에 쳐박혀서 남자들끼리 죽어라 공차고 공부만 하던 내게 인상깊은 하루였다. 예쁜 누나. 눈에 띄었다. MT장소로 가는 버스에서 부터 심장이 뛰었다. 누나는 대학교 3학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대학생들은 전부 어리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어른 같았다. 술게임도 같이 하고, 여러가지 행사를 함께 했지만, 용기내서 말한마디 제대로 못건냈다. 그 때는 소심하기도 했고, 이 누나가 나를 좋아할리 없다는 생각때문에 아무것도 못했다.
이 책의 연하남(H, 맑음)들은 달랐다. 그야말로 직진남. 하지만 주인공 혜수 역시 어리기에 이들은 엇갈리기만 한다. 사회에 나오고서야 대학교가 그야말로 서로 직진만해야한다는 걸 깨달았지만, 뭐 남녀사이가 어디 그런가. 서로 오해하고 밀당하고 시간은 속절없이 흐른다.
#유교걸의 한계?
혜수가 속한 동아리는 기독교 기반인데다가 혜수는 윤리, 규칙 등에 스스로를 얽맨다. 즉, 노잼이다. 돌이켜보고서야 알았지만 대학교 시절을 노잼으로 보낸다는 것은 경찰에서 잡아가야하지 않나 싶을 만큼 죄악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면에서 혜수는 나랑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보는 내내 답답했다. 혜수도 말한다.
"내가 내 감정과 욕구에 솔직한 것만으로도 누군가가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왜 이전에는 아무도 나에게 말해주지 않았을까?....H말이 맞다. 이런 삶은 재미가 없다."
감정과 욕구에 솔직하다는 것은 정말 상상이상으로 큰 용기가 필요하다.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감정에 솔직하게 얘기하는 거 자체는 쉽다. 그냥 생각하는 대로 얘기하면 되니까. 그런데 그 뒤에, 거절당한다면? 그에 따른 상처는 도저히 쉽게 치유할 길이 없다. 어릴 때야 그냥 그럴 수 있지만 이런 기억들이 쌓이면 나중에는 쉽게 솔직해 질 수가 없다. 내가 얼마나 잘났든지, 나보다 잘난 상대는 허다하고 문제는 그런 상대방에게 더 끌린다는 점이다.
하지만, 시그널이 확실한 상태에서는 그렇지 않다. 아마도 독자들은 대부분 H와 맑음이가 혜수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이렇게 대놓고! 죽어라 시그널을 보내는데, 정작 혜수만 그걸 모르다니. 아니, 어쩌면 혜수는 알면서도 부정한 것일 수도 있다. 너무나 유교걸이기 때문에, 스스로를 규칙에 옭아매기 때문에. 하지만 가로등 밖에 있는 연하남들은 그렇지 않다. 맑음이는 혜수에게 말한다.
"나 누나 음성 듣고 싶어서 계속 쓰는 건데, 이거 누나용이야...그리고 누나 목소리 좋아"
정말 샤이니 뺨치게 직진 돌격하는 맑음이 하지만, 혜수는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안된 것 같다. 그리곤 서로서로의 옆에 있는 이성들을 보면서 오해가 쌓여간다. 남녀는 왜이렇게 서로 엇갈리기 딱 좋은 환경에 자주 놓이게 되는 걸까.
"왜 우린 서로를 지켜보면서도 상대의 곁에 있는 누군가의 미소와 손짓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할까."
#나의 한계
누나용이라는 삐삐에도, 누나 문자말고 다른 문자는 귀찮다는 말에도, '연락하지 말라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는 혜수에게는 그나마 계속 직진하는 샤이니남들이 있었기에 혜수는 결국엔 가로등에서 벗어나고 자기 주관대로 세상을 살고, 자기 감정표현을 솔직하게 하는, 한 단계 성장의 계기를 맞았다.
나에게 연애는 대부분 큰 노력없이 쉽게 얻은 것들이어서 그런지 또 쉽사리 끝맺었고, 그렇기에 성장이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직진하고 까여봐야 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과정속에서 많은 생각 많은 관계들이 이뤄질 수 있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있는 것은 초코파이 밖에 없다고 한다는데, 정작 말하면 쉽게 멀어지는 것도 여자 마음인 것 같다. 적당한 긴장감 그런 것들이 오히려 나이를 먹을 수록 필수인 느낌이다. 좋아도 아닌척, 연락하고 싶어도 덤덤한척. 하지만 이런 요식행위도 본인이 매력이 있어야 되는 거지만, 어쩐지 자꾸 착각하게 된다. 나는 매력이 있고, 이렇게 해야한다고. 미친놈이다 그냥...
나이가 먹고부터는 서로의 외모, 어느정도 스펙, 취미나 성향 이런 것들이 일정부분 맞아야하고 그런 후에도 적당한 타이밍과, 그날의 분위기가 어우러져야만 연애가 시작되니 참 이게 가능은 한 건가 싶다. 초등학교 때 처럼 "야~쟤가 너 좋아한대~"라고 소문내주는 사람도 없으니, 서로의 마음을 아는 것도 쉽지 않은 것 같고. 친구들은 회사에서 잘 찾아보라고 한다. 회사를 안다녀 본 놈들이라 모르나본데, 회사는 그냥 전쟁터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꽃 피기가 쉽지 않다. 물론 사내연애 활발하고, 전쟁터에서도 사랑은 생기지만, 그게 내 얘기라고 쉽사리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대학교 때의 그 싱숭생숭한 마음, 하이틴 스타가 된 것처럼 싱그러운 연하남들의 돌직구를 맞으면서 과몰입하기에는 딱 좋은 이 책. 마음이 헛헛하다면 얼른 읽어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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