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픽림(2013) 리뷰: 액션도, 사랑도 다 놓쳤어 바보야.

*약스포 있음

 

퍼시픽림을 2020년인 지금에서야 봤다. 스토리는 대충 영웅놀이하는 영화 판박이다. 악당은 시공(브리츠)을 타고 넘어온 히오스...가 아닌, 카이주. 그리고 영웅은 롤리 버켓(찰리 허냄 배우)이다. 영웅이 하는 것은 시련과 극복 그리고 승리 이런 것. 단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을 꼽자면 예거라는 거대 로봇은 보통 두 명 이상의 사람이 정신적으로 연결해서 조종한다는 것이다.

 

#트랜스포머(2007)와 비교

 

거대한 로봇과 괴수가 등장하니, 영화의 핵심은 전투씬이다.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예거(로봇)와 카이주의 싸움은 스케일도 크고, 볼 만하지만 아쉬움이 느껴진다. 먼저, 액션의 연출을 떠나서 액션자체에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트랜스포머를 생각해보자. 큐브를 놓고 도심한복판에서 디셉티콘과 옵티머스 프라임이 싸운다. 액션 자체도 훨씬 화려하고 변신하기도 하는 트랜스포머가 더 멋있지만, 인간과 로봇들 모두 원거리 공격을 한다는 점이 가장 다르다. 생각해보면, 카이주라는 거대 괴물이 나타났을 때, 인간은 공군력을 활용해서 미사일을 쏘거나 핵으로 처치하려 할 것이다. 트랜스포머에서도 이렇게 몇몇 로봇을 물리친다. 그런데 트랜스포머 세상에서 인간은 카이주와 공정하게 주먹대 주먹으로 싸우려고 든다. 얼마나 비효율적인가. 근골격하나당 디젤이 몇십만리터가 소모된다고하는데, 제작 비용과 유지비를 따지면 천문학적일 것이다. 게다가 그렇게 돈을 쏟아부어 만든 예거는 너무나 무기력하게 카이주에게 분해된다. 그리고 일단 너무 느리다. 왜 굳이 근거리로 치받으면서 싸울 생각을 했는지. 인간은 장벽까지 세우며 비효율의 끝을 달린다. 무슨 왕좌의 게임이나 진격의 거인을 본 것인지...주인공은 이런 말도 안되는 사업장에서 5년을 일한다. 

 

퍼시픽림_포스터 / 출처: 나무위키

 

#남녀 둘이 정신적으로 연결함. 로맨스 참 쉽죠?

 

감독이 고질라 같은 일본 괴물영화에 감명을 받은 것인지, 일본 여배우 마코 모리(키쿠치 린코)가 나온다. 조종사 중에는 중국인들이 있고, 중국제작 예거도 있기 때문에 사실상 한중일에서 한국만 빠진 것이다. 중국 예거(그럼 짝퉁?)의 경우 허무하게 박살나고 중국 조종사들도 쩌리정도에 불과해서 굳이 왜 넣었나 싶지만, 마코 모리의 경우 비중이 높다. 외모에 대해서 트랜스포머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지만...혹평할 정도는 아니다. 마코모리의 경우 강인한 이미지의 배우가 잘 배정됐다고 생각한다. 

 

남녀 주인공은 서로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고, 정신적으로 연결을 했기 때문에 서로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사이가 된다. 그래서 둘은 실전 전투이후에 가까워지지만, 문제는 둘의 서사의 진행이 없다보니 관계를 이해하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얘네 둘은 정신적으로 연결했으니, 이제 말안해도 서로를 다 아는 사이고 공감하고 있어'라고 해버리면, 이해는 되지만 둘사이의 기승전결을 볼 수 없으니, 몰입이 안된다. 그래서 버켓이 마코에게 산소를 주는 것, 먼저 탈출시키는 것에 감동을 느끼기 어렵다. 게다가 마지막에 마코가 누워있는 버킷을 끌어안고 좌절하자 이때만을 기다렸어라는 듯이 대사를 치는 장면은 너무나 오글거리고 예측가능해서 역겨웠다. 그나마 쿨럭이면서 물을 뱉어낸 뒤, '지구 날씨는 좋군'따위의 대사를 안 친게 그나마 다행이다. 

 

카이주와의 전투를 극적으로 반전시킨 것은 연구소 박사 때문이다. 카이주의 뇌와 연결 성공한 뒤 생각을 모두 읽어냈기 때문이다. 이것도 참 쉽고, 이기적인 전개방식이다. 아무 서사없이 그냥 '생각을 다 읽었어'하고 끝낼 거면, 그 과정에서 뭔가 장애물이 있든지, 부작용이 있든지 해야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박사가 신나게 호들갑 떨다보니 모든게 다 마무리되었다. 

 

스타크가 예거들의 전투를 봤다면 기가찰 노릇이다. 훨씬 작고 빠르고 효율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아이언맨이 널렸는데, 느림보 로봇으로 복싱이라니. 역시,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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