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설국열차 9화,10화: 혁명을 대하는 소홀한 자세

#이토록 무능한 혁명의 지도자

 

혁명이 성공하면 리더는 새로운 사회의 체계와 질서를 잡는다. 그리고 혁명의 목표를 완수해 나간다. 프랑스 혁명으로 바스티유가 함락되고, 국민의회가 탄생했다. 국민의회를 왕권을 거부하고 자유,평등,우애를 슬로건으로 국민주권이라는 새 원칙을 세웠다. 주권을 시민에게 넘긴다는 혁명의 목표를 이룬 것이다. 박정희도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뒤 국사혁명위원회를 구성하고 혁명공약을 발표하여 새로운 사회질서를 확립한다. 

 

레이턴(다비드 디그스)은 혁명의 리더이고 혁명에 성공했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할 수 밖에 없었다. 레이턴이 그토록 외치던 '하나의 열차'(one tail)을 이루고 뭘했느냐, 아무 것도 안했다. 혁명 후에 그가 무언가 일을 한 것은 식당칸에서 노가리까다가 제동수로부터 약탈 제보가 들어오니까 감옥에 쳐넣으라고 한 게 전부다. 계급사회를 철폐하겠다면서도 사회주의에 대한 초석을 깔 어떤 노력도 없다. 이 무능한 놈 밑에서 일하게된 틸은 이미 약탈로 털려버린 농업칸에서, 모두에게 자원을 평등하게 배분하라고 무의미하게 명령할 뿐이다.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계급대로가 아닌, 모두에게 분배할 것인지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 그냥, 꼬리칸 사람들 불쌍해, 다 같이 평등하게 살자라고 공허한 생각만 한 것이 틀림없다. 

 

레이턴 역, 다비드 디그스 / 출처: 스포츠경향

사실, 이 무능한 레이턴은 혁명의 과정에서 별다르게 한 것도 없다. '윌포드는 없다.'라는 사실로 혁명의 불씨만 지폈을 뿐이다. 군화를 제압할 전략도 전무했고, 열차 곳곳에 꼬리칸 사람들을 심어놓는다라는 구상만 했을 뿐, 실제로는 엔진실에 들어간 맬러니말고는 그렇다할 활약을 보인 꼬리칸 사람도 없다. 그러다 1등칸 측에서 항복을 요구하자 1시간 고민 때리다가 조시를 죽인 전 아내가 임신했다는 것을 알고 항복을 결정해버린다. 인간다운 삶, 계급 철폐에 동의해서 함께 일어난 동료들에 대한 어떤 생각도 없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혁명 후에 실제로 꼬리칸 사람들의 삶이 더 나아졌느냐? 아니다. LJ를 제외한 1등급 사람들은 어쩐지 그대로 1등급 칸에 있고, 꼬리칸 사람들은 그대로 꼬리칸에 있다. 즉, 드라마가 혁명에 대한 디테일한 부분을 소홀하게 여겼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루스를 비롯한 1등급 승객들에 대한 주도권을 확립할 생각도 없다. 그래서 윌포드의 열차가 도킹했을 때, 레이턴은 제동수 몇 명과 평화 외교사절단을 자칭하고 나온 루스와 함께 어수선하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설국열차에서 혁명은 핵심 중의 핵심인데 이토록 어설픈 것은, 혁명 자체보다는 윌포드의 열차에 에프소드가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시선은 오로지 갑자기 등장한 윌포드의 열차로 쏠린다. 

 

#흑인과 여성은 항상 있어야하는가?

 

PC(Political Correctness)란 정치적 올바름을 뜻한다. 쉽게 정의할 수는 없지만, '성, 종교, 인종 등에 대해 차별과 편견을 없앤다'라는 뜻을 갖는다. 최근 보면 모든 영상매체에 PC가 녹아있다. 카리스마 있고 능력있고 주체적인 여성이 주인공이고 그녀들은 레즈비언이다. 친한 친구는 흑인이고 흑인은 게이다. 게이인 흑인은 키작고 왜소한 동양인 친구가 있다. 마치 무슨 할당제를 하듯 배역에 여성, 흑인, 동양인을 집어 넣는다. 그 동안은 남자들이 모든 중요 배역들을 차지했으니, 이렇게라도 균형을 맞춘다고 이해해보려해도, 설국열차에서 레이턴이 전략회의를 하는 장면은 좀 어이가 없었다. 항복하고 빤쓰런 하겠다는 레이턴을 진정시키고 맬러니가 전략을 제시하는 장면이있다. 그곳에 모인 사람은 4명이다. 혁명의 미래를 책임지는 자리에 참석한 핵심 인물들이라고 할 수 있다. 레이턴, 멜러니, 틸, 오드리다. 레이턴은 흑인이고 멜러니는, 틸, 오드리는 여성이다. 틸은 레즈비언이기도 하다. 군사 전략회의를 하는데, 수백명의 남성 중 군대경험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참석을 못한다. 술집에서 일하던 오드리는 여성할당제로 그 자리에 배치된 것이 분명하다. 

 

열차는 윌포드의 열차라는 새로운 사회의 편입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기차는 7년 중 최초로 멈춰섰다. 맬러니가 윌포드의 기차라고 하는 것을 보니 윌포드는 살아있는 듯하며, 어떤 이유에서인지 맬러니의 딸도 그 열차에 있었다. 허무하게 끝나버린 혁명이기에, 윌포드의 열차에게 스릴있는 스토리를 기대해본다. 덧붙여, 그 열차에는 백인 할당제가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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