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 8화: 영화에 비해 아쉬운 혁명의 맨얼굴
- 리뷰/드라마
- 2020. 7. 6.
만들어진 '신', 윌포드의 부재는 1등칸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혁명의 맨얼굴이 드러났다. 1등급을 비롯한 기득권들은 새로운 통치자를 원하고, 레이턴을 앞세운 혁명의 물결은 하나의 열차(one train)외친다.
설국열차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여러번 계급투쟁이 있었다. 중세시대 왕은 '신'의 이름을 빌려 영주 이하 계급을 통치했다. 왕들은 산업혁명을 바탕으로 생산수단을 독점한 부르주아들에게 철퇴를 맞고 사라졌다. 부르주아들은 과학과 이성의 이름으로 프롤레타리아 계급을 지배했다. 설국열차에서 꼬리칸 사람들은 그야말로 프롤레타리아 해방을 꿈꾼다. 돈 한 푼없이 열차에 탑승한 그들은 그 댓가로 가진 것 하나 없이 온 갖 고초에 시달리며 살아왔다. 반면 1등칸 사람들은 자신들을 통치할 수 있었던 멜라니의 근거, 바로 윌포드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분개한다.
이렇게 두 이해관계는 충돌한다. 또 계급을 유지하려는 기득권 층과 모두가 평등한 하나의 열차를 꿈꾸는 혁명 가담자들. 각자의 동기는 충분했고, 열차안은 삽시간에 긴장감으로 휩싸인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지금껏 잘 다져놓은 혁명의 기반 위에서, 실제 전투는 어딘지 맥이 빠진다는 느낌이다. 우선 3등급 칸 사람들의 혁명 가담의 동기부터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꼬리칸이야 인권도 없이 살아서 그렇다 치지만, 3등급 칸 사람들의 모습은 지금껏 힘들다는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 더구나 2등급 칸 사람은 틸의 애인 진주와 루스, 교사 말고는 잘 나오지도 않는다. 수많은 2, 3등급 사람들 중 일부분은 혁명에 반신반의 할 법한데, 모두가 쉽게 협조한다.
가장 아쉬운건 레이턴이다. 1~7화가 모두 이 싸움, 혁명을 위해 달려온 것을 생각할 때, 7화까지의 모든 응어리와 분노를 표출해야 하는 것이 레이턴이었다. 하지만 그가 꼬리칸에서 사람들을 결집하며 혁명을 일으킬 때, 그의 연설은 맥이 빠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실제 전투는 더욱 그랬다. 열차라는 좁고 흔들리는 공간이 주는 압박감과 긴장은 있었지만, 몇몇 잔인한 장면만 나올 뿐, 전투가 긴박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전투가 일단락됐을 때도, 군화쪽이 이긴 건지 레이턴 쪽이 이긴 건지 판단할 수 없었다. 설국열차 영화에서는 한칸 한칸 전진하며 치열하고 전략적으로 군화들을 상대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전략없이 그야말로 몸으로 들이대는 전투가 아쉬웠다. 사실, 열차의 맨 앞, 엔진룸에 입성한 마일스를 비롯해서 레이턴은 열차 곳곳에 있는 꼬리칸 사람들의 역할을 강조했었다. 그들이 혁명의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뉘양스를 풍겼던 것이다. 그래서 혁명은 그 동안 일이나 하는 줄 알았던 꼬리칸과 3등급칸 사람들이 각자의 역할을 활욜해서 군화를 위시한 지배층을 제압하는 그림일 줄 알았다. 하지만 마일스의 역할은 문따주는 도어맨일 뿐이었고, 혁명은 창쪼가리 하나씩 나눠쥐고 맨몸박치기 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영화와 달리 윌포드의 존재를 활용한 혁명의 동기나 통치를 향한 정치적 동기 등을 보여줬다는 점은 드라마의 장점이지만, 설국열차 하면 열차 내에서 치열한 전투가 생각나는 만큼 조금더 인상적이었으면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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