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수꾼: ˝ 잘못된 건 없어, 처음부터 너만 없었으면 돼… ˝ / 관심종자는 유튜브를 했었어야 했는데

시간의 사냥을 보며 내 아까운 시간을 사냥당한 뒤, 이 감독과 배우들이 나왔다던 파수꾼을 찾아봤다.

이재훈은 내게 건축학개론에서 수지짝사랑하던 쑥맥에 불과 했지만, 파수꾼을 보며 욕도 참 찰지게 잘하는 배우였구나, 수지 선배한테도 욕 좀해주지...라는 생각을 했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페이스, 중고등학교 시절을 생각하면 적당히 담배피면서 일진놀이하는 걔네들이랑 참 똑 닮은 연기를 했다. 

 

#일진들과의 추억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의사소통이란 참 힘들다. 무심코 한 말이 상대를 오해하게도 하며, 그렇기에 직장에서는 한마디 신중할 때가 있다. 그런데 학교라고 딱히 다르지도 않다. 그 안에서도 권력은 있으며, 서로가 서로를 진짜 편한 친구라고 생각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마치 기태(이재훈)와 그 친구들처럼

 

나는 싸움을 잘하거나 소위 일진도 아니었지만, 그들과는 원만하게 지냈었다. 그렇기에 이 영화가 더 공감갔다. 시골 촌동네 학교에서 나는 공부를 꽤 잘해서 선생님들에게 신뢰를 받고 있었기에 나를 딱히 건들지 않았고, 나도 이런저런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도 그들을 딱히 문제 삼지 않았다. 그렇지만 혐오하긴 했다. 사이에는 꽤나 정교한 경계가 있었던 셈이다. 

 

#경계를 지키는 사람. 경계란 뭐였는가 

 

기태는 엄마가 없으며 그 때문에 관심에 목말라한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는다. 그로 인해 주변 친구들은 기태를 불편해한다. '나 엄마도 없어 그런데 그런거 신경쓰지말고 우리 그냥 친구니까 잘 지내보자' 가 아니라 '나 엄마 없어 그러니까 건들면 다 죽여버릴거야' 라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간다. 이로써 자신이 생성한 경계를 지켜낸다. 경계란 드라마에 드러난대로 삶과 죽음일 수도 있고, 친구들과의 관계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짱'행세를 하며 학교 안과 밖에서 기태는 친구들에 둘려쌓여있다. 이렇게 물리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을 형성해 놓음으로써 결핍을 만족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친구들 중에서도 기태가 더 소중히 생각하는 친구가 있다. 희준(박정민)과 동준(서준영)이다. 화면에서도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친구들과는 교실에서 또는 공터에서 무리지어있으며 주로 쓰잘데기 없는 짓이나 담배를 피우거나 한다. 하지만, 희준, 동준과는 기찻길에서 캐치볼을 주로 한다. 캐치볼은 야구공을 서로 주고 받는 것인데, 여기서 주고 받는 것에도 의미가 있고, 그 야구공이 기태가 특히 아끼는, 그런 물건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실제로 교감하고 자신의 경계를 가장 견고히 해주는 사람이 두 친구인 것이다. 보경이(젤 예쁜애...)한테 고백을 받았음에도 희준과의 관계를 생각해서 거절하고 아끼는 야구공을 희준이에게 주기도 했다. 그리고 동준에게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비참해 지더라도 너만 나 알아주면돼"

 

권련으로 유지했던 그의 경계 / 출처: 다음 영화

 

#경계의 허물어짐 

 

속으론 희준과 동준이를 놓치고 싶지않지만, 겉으로 강하게 나갈 수 밖에 없는 기태..자신의 권력, 경계를 지키기 위함이다. 그러나 결국 자신의 잘못된 의사소통 방식으로(친구 때리고 사과한마디 없어...)두 친구를 놓친다. 희준은 기태에게 말한다. 

"니가 나 한번이라도 친구라고 생각한적있냐, 내가 언제까지 니앞에서 꼬리흔들고 살줄 알았는데, 내가 너 친구라고 생각해서 붙어있었는줄 아냐" 

그리고 동준이는 이렇게 말했다. 

˝ 잘못된 건 없어, 처음부터 너만 없었으면 돼… ˝

 

이로써, 자신의 경계가 무너저 버린 기태, 그리고 다른 나머지 친구들 마저 떠나가자 마침내 권력과 관심으로 구축한 경계는 완전 허물어지고만다. 그 경계는 삶을 지탱하는 최후의 방어선이기도 했다. 살아가는데 많은 상호작용이 필요한 법인데 오로지 관심에만 집중했으니, 모두를 떠나게 한 것이다. 

 

#관심 종자면 유튜버?

 

시대 배경이 2011년 인데, 그 당시에는 유튜버나 BJ라는 직업이 없었다. 기태가 했으면 잘하지 않았을까 오로지 관심만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공간인데...시대를 잘못 태어났다 싶다. 하기야, 그곳에서도 너무 관심만 쫒다 보면 파멸에 이르러서, 구속되거나 자살하거나 하기도 하더라. 모든 과하면 안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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