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주인공은 지나치게 극단적이긴 하지만 우리는, 아니 적어도 나는 인간실격이라는 그를 닮았다. 페르소나에 갇혀 살았던 그의 유년시절은, 코로나에 마스크를 쓰듯 매일 가면을 써야만하는 우리들과 닮았다. 출근해서 "안녕하십니까" 라고 말하는 대신 "어제 너 땜에 술 존나 쳐먹다가 간신히 일어나 오긴 했는데, 내 책상 위에 저 문서들 뭐냐? 설마 니가 올려놨냐, 이 양심도 없는 X끼야?" 라고 인사해서는 사회가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어쩌면 누구나 그렇게 산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스스로를 파고들었기 때문에 홀로 극심하게 외로웠는지도 모른다. 남들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해서, 그냥 웃겨버리고 마는 그런 상황들, 얼마나 많은가. 웃음은 약자의 대화법이라고 했다. 약자는 강자에게 그저 익살스럽게 ..
*스포있음 #모두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 이거 동화냐? 요즘 인간수업, 부부의세계, 타인은 지옥이다 등등 화려한?성악설 영상들을 보다보니 녹나무의 파수꾼이 주는 잔잔한 감동실화는 크게 와닫지 않았다. 회사에만 해도 사탄의 자식들이 미쳐날뛰고 있는데, 모든게 술술 잘풀리는 소원들어 주는 나무라니 초반부터 싸늘하게 마음이 식어버렸다. 하지만 이 소설은 무려 게이오의 명작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이후 첫 소설이고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평이 좋다. 많은 게이오 팬들이 듣기에는 매우 불편한 첫 인상이니, 내 마음이 썩을대로 썩어버린 탓이다. 기억전달 매체인 녹나무는 소설에서는 세대를 이어 사념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말로는 표현 못하는, 언어의 한계때문에 전할 수 없는 모든 기억, 추억 등등이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