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주인공은 지나치게 극단적이긴 하지만 우리는, 아니 적어도 나는 인간실격이라는 그를 닮았다. 페르소나에 갇혀 살았던 그의 유년시절은, 코로나에 마스크를 쓰듯 매일 가면을 써야만하는 우리들과 닮았다. 출근해서 "안녕하십니까" 라고 말하는 대신 "어제 너 땜에 술 존나 쳐먹다가 간신히 일어나 오긴 했는데, 내 책상 위에 저 문서들 뭐냐? 설마 니가 올려놨냐, 이 양심도 없는 X끼야?" 라고 인사해서는 사회가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어쩌면 누구나 그렇게 산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스스로를 파고들었기 때문에 홀로 극심하게 외로웠는지도 모른다. 남들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해서, 그냥 웃겨버리고 마는 그런 상황들, 얼마나 많은가. 웃음은 약자의 대화법이라고 했다. 약자는 강자에게 그저 익살스럽게 ..